본문 바로가기

각당 국가미래상 제시 미흡/「한국정책학회」 대선공약 평가

중앙일보 1993.02.08 00:00 종합 9면 지면보기
◎“강력한 정부” 부정적인 측면도 민자/색깔론 의식해 개혁부각에 소홀 민주/현대연계로 「경제대통령상」 훼손 국민

한국정책학회(회장 허범 성대교수)는 10일 「14대 대선정책의 분석과 평가」라는 주제의 학술토론회를 열고 민자·민주·국민·신정당 등 4당의 대통령선거공약에 대한 평가서를 발표한다. 학회는 지난해 11월 12·13일 4당 정책관계자들을 초청,「대선정책설명회」를 열었으며 이날 토론을 토대로 총괄·정치·경제 등 모두 18개부문에 걸쳐 평가논문을 작성했다.

학회는 당초 선거기간중 평가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각당에 대한 공약평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발표를 미뤘었다. 정책학회는 이번에 평가서를 만들면서 단순히 각당 공약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새정부가 해야할 정책과제 등에 대한 제언도 첨가했다.

우선 4당의 공약을 총괄적으로 평가한 김석준교수(이대행정학)는 4당이 모두 미래의 국가상에 대한 철학적 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민자당이 한국의 당면문제를 「한국병」으로 이름짓고 「신한국」을 창조하겠다고 주창했으나 현정부와의 차별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득력이 다소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처럼 슬로건의 논리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한국병」을 「민자당병」이라고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에 대해 김 교수는 『국가이상(통치이념)으로 「대화합의 새시대」를 내걸었지만 대화합이 왜 필요한지,새시대는 무얼 의미하는지 설명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국가이상이 「신한국창조」와 같이 적극적인 상징성을 띠지 못하고 화합·번영 등의 소극적 용어로 표현돼 통치철학이 부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구체적 정책은 상당히 개혁적인데도 국가이상이 이렇듯 소극성을 띤데는 선거때마다 김대중후보를 따라다녔던 「색깔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국민당은 슬로건중 「경제대통령」은 충분히 부각시켰으나 「통일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해 실향민층의 지지획득에 실패했다고 보았다. 또 경제공약과 관련,금융실명제 등으로 정경유착시비에서 벗어나는듯 했으나 현대그룹조직에 의존한 선거운동과 비자금사건으로 「경제대통령」의 상징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정당의 경우 세대교체와 정치개혁을 집중 강조한 것이 특징적이었으며 소규모 집단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벌인 토론회는 이같은 주장의 설득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각종 공약의 재원확보 및 실현가능성 문제와 관련,『4당의 공약이 상당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각당 모두 5년동안 공약을 이행하는데 대략 40조∼50조원이 든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각당은 이같은 추산이 어떻게 나왔고,돈을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정부의 정책과제로 보수지향성과 개혁성의 조화를 들었다. 그는 개혁지향적인 민주당이 33.8%나 득표한 만큼 민주당 공약의 선택적 수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새정부는 민자당공약을 우선순위에 따른 연차별 실천계획으로 재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부문 공약을 분석한 강민교수(단국대 행정학)는 『민자당의 「작지만 강력한 정부론」은 외형상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공약일 수는 있으나 통치에 있어서 강력한 정부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강력한 정부는 자칫 민주적 지도력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는만큼 사회전반에 걸쳐 폭발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정책을 펴는 「실물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어 『민주당의 거국내각 공약은 하나의 통치제도로서 실행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연 나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통치권이 재야 등 각계를 망라한 거국내각을 통해 행사될 수 있을는지 현실적으로 의문이 생긴다』면서 『선거구호로서는 참신할지 몰라도 우리의 정치현실을 감안할때 그 실효성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국민당의 내각제 주장에 대해 『정치전략으로 그 실행가능성이나 구체적 후속조치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없이 선거라는 상황을 고려,급조된 것같은 흔적이 짙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정부의 정치과제로 우선 선거과정에서 분열된 국민들을 화합시키고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며 민주적 견제세력을 키우는 등 균형있는 정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재웅교수(성대 무역학)는 경제공약 분석에서 『각당이 한결같이 물가는 3%로 잡고 국제수지를 흑자로 전환하며 성장률을 7%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했으나 선심성 사업공약도 많이 내놓아 이들 공약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민당 공약중 아파트 반값 분양,금융실명제 즉각 실시,재벌해체,물가 1년새 3% 안정,국제수지 3년내 3백억달러 흑자,금리 6%로 인하 등은 너무나 상충되거나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지적했다.<이상일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