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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출범… 새해 정국 기상도/정치부기자 방담

중앙일보 1993.01.01 00:00 종합 4면 지면보기
◎“새시대… 새정치…” 개혁바람 예고/YS “6공 2기 아닌 사실상 「2공」정부다”/야,구심점 잃어 여 견제기능 약화/부패 척결로 깨끗한 공직사회 기대
□참석자
전 육부장
이수근차장
박병석 〃
김현일기자
허남진 〃
박보균 〃
신성호 〃
김두우 〃
이재학 〃
노재현 〃
김 진 〃
오병상 〃
박영수 〃
최 훈 〃
이상일 〃
­올해는 모든 것이 불확실성 속에서 출발했던 지난해 정초와는 달리 새대통령이 정해짐에 따라 국민전체가 뭔가 다시 해보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시작하는 1년입니다. 우선 올해 정계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예측·전망과 분석을 해볼까요.
­새해에 당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김영삼대통령당선자가 6공 2기 정부를 이끌고갈 조각을 어떻게 매듭짓느냐는 것입니다. 지난해 대선기간중 김 당선자가 공약한 청사진들의 실현성여부는 역시 인사를 통해 짚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만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김 당선자가 주창하는 개혁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인물들이 대거 등용될 것입니다. 참신한 이미지와 함께 능력도 갖추고 있는 인물들이 중용될 것이라는 거죠.
­그러나 총리임명에 대해서는 색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이는 김 당선자가 통치·행정경험이 없는 것과 결부되어 나오는 이야기인데 총리까지 행정경험이 없는 사람을 기용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대통령·총리 두사람 모두 행정무경험자일 경우 행정에 적지않은 시행착오가 우려된다는 거죠. 또 막상 참신하고도 유능한 인물을 고르자면 그런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김 당선자 측근들은 결국 50%는 참신성을 가미하고 나머지 50%는 행정유경험을 고려해 조각하지 않겠느냐고 예측합니다. 또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정렴씨를 기용했던 것처럼 최소한 경제를 잘아는 인물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신 총리는 거의 99%가 비경제분야의 참신성을 갖춘 인물이 등용될 것이라고 한 측근은 단언하고 있습니다.
○세대교체 여부 관심
­김 당선자는 정통성이 약했던 역대대통령처럼 인사에서 꼼수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김 당선자는 성격상 자신이 대원칙만 정하고 경제 등 비전문분야에 대해서는 해당 각료에게 대폭 재량권을 줄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5공초 김재익경제수석같은 사람이 YS밑에 포진하면 국정에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들은 그동안 대체로 때가 묻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과감히 세대교체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예컨대 청와대수석 일부를 40대 유능한 인물들로 대담하게 채운다는거죠.
­김 당선자가 인사개혁하겠다고 했는데 국방장관에 민간인을 시키는 등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막대한 군사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경영능력을 갖춘 민간인이 제격이라는거죠.
­김 당선자는 아무튼 조각을 끝낸뒤 올해를 개혁의 해로 잡고 사회 곳곳에 개혁바람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개혁에 관한한 그의 의지는 강렬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6공 2기대신 2공으로 불리길 좋아할 정도니까요. 즉 그동안의 권위주의적인 정권을 뭉뚱그려 1공으로 치고 자신의 정권은 새롭게 출발하는 문민정권이라는 뜻에서 2공이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특히 측근들은 김 당선자 정권의 성패는 올한해 개혁을 어느 정도 성취하느냐에 달렸다고까지 말합니다. 따라서 김 당선자는 취임하자마자 공직사회 신풍운동 등 뭔가 충격요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혁을 말하는데 우선 그뜻부터 정의해둘 필요가 있어요. YS의 개혁은 분명히 정치학적으로 「진보」를 일컫는 것은 아닙니다. 요컨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히 따르면서 권위주의·부정부패를 일신한다는 「건전한 보수주의의 정착」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또 야당투사때 주장했던 개혁과도 다릅니다.
­그렇지만 김 당선자가 내걸고 있는 개혁의 슬로건과 템포는 자칫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개혁,개혁하지만 국민이 뭔가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기만 하면 그 자체가 개혁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굳이 1년이란 기간을 못박고 개혁하겠다고 달려들면 오히려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1년내 개혁」이란 모든 것을 이 기간안에 완전히 고쳐 놓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노태우대통령 집권 1년의 예로 볼때 개혁의지는 넘쳤으나 여건불비로 계획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YS는 여건이 매우 좋으므로 곧바로 개혁에 착수할 수 있고 개혁을 실행하는데는 특히 올한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이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즉 1년이 넘어가면 기존의 기득권층 말고도 새정권의 수혜계층인 신기득권층이 생기게 되고 이들 기득권층이 점점 개혁 방해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논리에서 1년안에 중요한 개혁의 기초를 다져놓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직도 걸림돌 많아
­그렇다면 국민들이 하루아침에 좋은 세상 오는 걸로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겠군요.
­김 당선자가 취임하면 우리나라 정당구조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김대중씨가 빠진 민주당이 갑자기 허약해진 상태고 국민당도 구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과연 야당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요. 이런 상태가 오래 계속될 경우 의회의 정부 견제기능도 약해져 정치의 기형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내에서는 올 한햇동안은 야권전체가 맥못출 것이라는 패배의식이 팽배합니다. DJ라는 정치거목이 빠지는 바람에 당장 자금이 달리고 조직도 결속력이 매우 느슨해졌습니다. 야당이 다시 정부·여당에 의해 「사육」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인사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이야말로 민주당이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기회가 닥쳤다고 보는 측도 있어요. 위기는 바로 찬스와 통한다는거죠. 69년 양김과 이철승씨가 40대기수론을 들고 나왔을 때처럼 뭔가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겁니다.
­사실 신40대기수론 같은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바람을 타고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야당은 지금 리더십·정치자금·정치쟁점 선점문제 등에 있어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 1년은 어디까지나 야당이 종족변수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김 당선자가 안기부기능 축소문제 등 개혁에 실패하면 야당이 활로를 찾게 될거고 리더십경쟁도 활발히 이뤄질 것입니다.
­만일 이같은 상황변화가 온다면 은퇴한 김대중씨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DJ의 처신이 또 정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텐데….
­DJ는 적어도 올해만은 은인자중할 것으로 봅니다. 그가 현재 정계를 떠난 상태기 때문에 동정받고 있지 다시 정치권에 복귀한다면 많은 비판을 받을 것이란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DJ로서는 금년 1년을 「비판과 명분의 축적기」로 잡고 있을 겁니다.
­김씨가 해외로 나갈 가능성은 없습니까.
­사실 주위에서 미국에 가서 재기를 노리라고 권하고 있기는 하지만 섣불리 거취가 어떻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국내에 남아있으면 민주당의 야심가들이 찾아와 후계로 손들어달라고 귀찮게 할 것입니다. 또 YS측에서 심리적인 자극을 가할 경우 이를 참아내야 하는 수도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텐데 내적 고통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의 2월 전당대회 결과는 이기택·김상현·김영배·조세형·김기원최고위원 등이 서로 존재를 인정하는 집단지도체제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부영최고위원은 간첩단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지라 그 다음 전당대회를 노리는 것 같고요. 지금 민주당으로서는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단합력 제고가 가장 시급한 과제같습니다.
­국민당쪽의 사정은 어떤가요.
­당장은 큰 틀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직후 의원총회에서도 확인됐듯 정주영대표가 중심이 돼 당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존립기반이 취약한데다 응집력도 부족해 외적 요인에 의한 이탈현상을 내심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장래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가 아닐까요. 그가 고령인데다 현대에 대한 수사로 인해 예기치 못한 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대와의 단절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그래서 김영삼대통령당선자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당선자는 국민당과 현대의 단절이 국민적 요구라고 판단되면 단호하게 고리끊기를 시도할 것 같습니다. 김 당선자의 측근들중에는 국민당의 공중분해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김 당선자까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문제가 심각한데요. 정 대표가 호락호락 물러서겠습니까.
­결국은 김 당선자가 양당체제와 3당체제중 어떤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탈이념화현상 뚜렷
­대선투표성향을 보면 국민들의 보수화와 젊은층의 탈이념화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만큼 진보세력이 설 땅이 좁아진 셈이지만 앞으로 이들의 정치적 주장을 대변할 진보정당의 출현가능성은 없을까요.
­진보세력들은 비판적 지지파와 민중후보쪽으로 양분되는 바람에 자체 역량이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경제적 위기나 갈등의 증폭에 따라 활동의 여지는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 역시 집권세력 내부문제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민자당내 후계구도나 권력다툼양상은 어떨까요.
­집권초기인만큼 새 대통령이 당을 장악해 친정체제로 운영해 나가겠지요. 따라서 당약화가 불가피하고 계파대립이 위축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물론 이같은 친정체제는 김 당선자가 내세웠던 정치개혁과 모순된다는 의견도 없지 않습니다.
­당내 민주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김 당선자의 스타일에 비추어 영토싸움은 상당기간 인정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민자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설치면 죽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고 이를 잘아는 중진의원들도 하나같이 숨을 죽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중간 보스들의 2인자 경쟁 등 영토싸움은 15대 총선전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대신 물밑 세확장경쟁이 계속되겠지요.
­이러한 여야관계를 고려할 때 국회전망을 좀 해보죠.
문제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혁의 성과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개혁의 성과가 없다면 야당이 빨리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목소리를 높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DJ 운신 주요변수
­김대중씨의 복귀여부도 변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그 스스로는 『1∼2년간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는 대선패배후 깨끗한 뒷마무리로 반영웅적 인물이 됐습니다. 아직까지는 정치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복귀가능성 역시 개혁의 성패여부에 달렸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나 통일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당선자는 평소 『안보를 위해 통일을 희생해서도 안되며 통일위해 안보를 희생해서도 안된다』고 말해 왔습니다. 통일문제를 안정적으로 접근해 나가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 정부의 가장 큰 고민중 하나가 부정부패 척결문제입니다. 지난 5년간 구조적 부정부패가 심화된 것으로 진단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혁명적 상황이 아닌 상태여서 대수술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혁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는 만큼 한차례 사정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쨌든 새 문민정부가 들어선 만큼 너무 성급하게 기대를 걸지 말고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서로 참고 더 힘내는 사회적 공감의 확립이 절실한 정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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