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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갈수록 날뛴다/정당들 「편법」에 대선분위기 혼탁

중앙일보 1992.12.02 00: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운동원들 수시 교체 극성/일당 지급하고도 법에 안걸려/현대직원 금품공세 적발 잇따라

선거운동기간중 선거운동원을 체포·구금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현행 대통령선거법의 허점을 노려 선거운동원들의 탈법선거운동이 문제로 제기된데 이어 일부 정당이 선거법에 선거운동원 교체횟수 제한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운동원을 무더기로 교체하고 있어 불법타락선거가 우려되고 있다.

각 정당이 이같이 선거운동원 교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선거운동원들에겐 일당 등 실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선거법에 규정되어 있어 합법을 가장한 금권선거운동의 편법이 될뿐만 아니라 사실상 운동원을 법정 인원 이상으로 대폭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중앙선관위의 지적이다.

선거운동원의 일당은 법정한도가 하루 7천∼1만1천원이나 실제는 몇만원씩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역선관위에는 지난달 20일 선거운동원 신고 이후 불과 10일이 지났는데도 하루 평균 10∼20여명의 선거운동원 교체신청이 접수되고 있으며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 경우 무더기 교체사태가 예상돼 운동원 신분증 발급업무 등으로 본업인 공명선거 감시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선거운동원 정원이 2백18명인 부산 동래을 선거구는 그동안 국민당이 당초 신고한 운동원 2백18명의 1.5배 가량인 3백15명을 교체했으며 민자당은 26명을 바꾸었다.

부산진갑 선거구의 경우 정원 2백90명중 민자 11명,국민 1백71명이 교체됐으며 동래갑 선거구는 전체 2백63명중 민자 90명,민주 3명,국민 20명이 바뀌었다.

수도권지역도 마찬가지로 서울 관악갑 선거구(정원 2백30명)는 민자 20명,민주 31명,국민 1백30명이 교체됐고 동대문갑선거구(2백77명)는 민자·민주 각 50여명,국민 1백여명이 바뀌었으며 경기도 성남시 수정선거구(2백16명)는 민자 32명,민주 3명,국민 2백53명이 교체된 것으로 집계됐다.

3당후보간 유세전이 치열한 충청·인천지역은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각해 인천 남구을선거구(1백79명)의 경우 민자 28명,민주 94명,국민 1백49명이 교체되는 등 인천시 전체선거구(1천7백66명)에서 민자 2백85명,민주 2백10명,국민 4백53명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지역에서는 천안시 선거구(2백2명)가 민자 42명,민주 34명,국민 61명으로 조사됐고 서산군 선거구(1백64명)는 민자 40명,민주 21명,국민 45명이 교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대구시 전체선거구(1천7백46명)의 경우 민자 2백94명,민주 18명,국민 5백32명의 선거운동원이 교체됐으며 광주시 서구을선거구(1백75명)는 민자·민주당이 운동원을 한명도 바꾸지 않았으나 국민당은 45명을 교체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국회의원 및 기초·광역의회 선거에선 선거운동원 교체수를 3회로 제한하고 있으나 현행 대통령선거법에는 이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어 문제』라며 『지난 선거법 개정 당시 이같은 사태를 우려해 제한규정을 둘 것을 제안했으나 3당이 선거운동의 자유보장 등을 이유로 거부했었다』고 밝혔다.

한편 금권선거운동과 관련,집중적인 혐의를 받고 있는 국민당의 경우 전국의 현대그룹 조직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음이 경찰수사 결과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경찰청 특수대는 2일 경기도내 개인택시기사 부부 등 3천4백여명에게 울산공장 견학·경주관광 등을 시켜주고 은수저 등 6억여원어치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대통령선거법 위반)로 현대자동차써비스이사 박광인(49)·대리 권혁호(31)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 회사의 국민당 지원 총재인 상무 이상오씨(55)에 대해 같은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이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금명간 수색을 벌이기로 했다.

또 부산지방 경찰청은 2일 부산시 중앙동 현대자동차 부산 중부영업소가 9월부터 소장을 본부장,과장급을 사무장 및 관리역,대리를 동책으로 하는 등 선거운동본부 형식으로 가동하면서 당원확보 등 국민당 선거운동을 해왔다는 정보에 따라 2일 중부영엽소장 박효국씨(45) 등 영업소 직원의 신병확보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중부영업소는 자동차 판매 가망고객을 상대로 사원별 당원 확보목표를 정해 주간단위로 실적을 확인하고 동별 예상투표율과 국민당의 예상득표수까지 분석한 국민당 지원계획서를 작성,보고하는 등 조직적인 국민당 선거운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한편 경남 울산 중부경찰서는 2일 부하직원들에게 선물세트를 나눠주면서 호별방문을 강요한 혐의(대통령선거법 위반)로 현대강관 판매부장 김원배씨(46·울산시 무거동 223)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달 10일 회사내 본관 사무실에서 판매과장 배매동씨(37) 등 부하직원들에게 가위가 든 선물세트(시가 1만원 상당) 30개를 나눠주면서 호별방문을 통해 국민당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경남 창원경찰서는 2일 대통령선거 지원유세에 참석해 달라며 창원군 동면 무성리 우성아파트 주민 30여명에게 현금 1만원씩이 든 봉투를 돌린 혐의(기부행위 금지 위반)로 국민당 창원군 동면협의회 회장 배명술씨(40),여성회장 조순복씨(29·우성아파트 다동 406호),김미자씨(31·여·우성아파트 다동 411호) 등 4명을 입건,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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