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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9명 “고용불안 느낀다”

중앙선데이 2007.06.10 01:22 13호 2면 지면보기
사례 1지난 1월 중순 1977년 서울대 상대에 입학한 사람들이 동창 모임을 가졌다. 신년 첫 모임인지라 자연스레 올해의 희망이나 계획을 듣는 자리로 나아갔다. LG 등 재벌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도 4∼5명 배출된 데다 대부분이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상무급 이상 임원으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라 승진이나 매출 확대 같은 활기찬 포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모두 다 ‘올해도 무사히’가 새해 소망이라고 밝혔다. 승진은 고사하고 현직이라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감원·고용불안 시대

사례 2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영업 업무를 맡고 있는 K과장(30대 중반)은 요즘 부쩍 우울하다. 장래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회사 일은 오래전부터 재미없다고 느꼈다. 반복되는 일상도 힘들었고 매번 똑같은 고객 기업을 대하는 것도 시들했다. 그래서 직장을 옮길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업종 특성상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 직장이나마 구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 그럭저럭 다니고 있던 차에 요즘은 다른 고민이 생겼다. 자신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영어도 잘하는 후배들이 쏙쏙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이들에게 치여 회사에서 ‘없어도 되는 사람’이거나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해고당할 것만 같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들을 앞서나갈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례 3대기업 홍보실에서 일하는 L부장(40대 초반)은 자타가 공인하는 홍보 맨이다. 신입사원 시절 잠깐 다른 일을 했지만 이후에는 줄곧 홍보 업무만 맡아왔다. 부장이 된 지도 몇 년 돼 올해나 내년쯤 임원이 돼야 할 차례다. 그러나 이 회사의 홍보실에는 임원 자리가 하나밖에 없다. 현재의 임원은 능력도 탁월한 데다 최고경영자(CEO)로부터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홍보만 했기 때문에 다른 직무를 맡을 수도 없고 계열사도 갈 곳이 없다. 10여 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가 이것밖에 안 되는가 싶어 밤에 잠도 잘 못 잔다.

사람들이 만성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지금 잘리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나가서 밥은 먹고 살 수 있을까, 남들이 실패한 인생이라 보지 않을까 등에 대한 불안이다.

승승장구 출세하는 사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월급이 적어 생활이 어렵다는 데 대한 불만은 있었지만 최소한 해고 불안감은 없었다. 특별한 잘못이 없다면 회사는 사실상 종신고용을 보장했다. 회사가 성장하면 고속 승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종신고용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정리해고가 메웠다. 요즘은 이익을 펑펑 내는 회사도 수시로 감원이다. 언제 잘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시 구조조정의 시대다.

중앙SUNDAY가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와 공동으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데서도 이 같은 불안감이 여실히 나타났다. 조사는 인터넷으로 진행했으며 조사기간은 5월 23∼25일, 응답자 수는 1501명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무려 86.8%(1501명 중 1303명)의 직장인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자도 573명(38.2%)이나 됐다. 나이가 많을수록 불안감은 더하다. 40대 이상의 직장인들 중 91.3%(275명 중 251명)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20대와 30대도 각각 82.9%, 89.9%로 높지만 그래도 40대 이상보다는 낫다.

지금 직장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래서 해고에 불안감이 있는 건 아니다. 직장인들은 현 직장에 대한 불만이 많다. 만족한다는 응답(34.7%)보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65.3%)이 두 배 가까이 된다. 낮은 보수와 미래에 대한 비전 불투명이 가장 불만이다(각각 31.4%, 21.6%). 보다 좋은 조건으로 이직 제의가 들어온다면 언제라도 옮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전직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10명 중 한 명도 채 안 된다(6.7%). 한 회사에 끝까지 있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지금 직장에서 언제 잘릴까 전전긍긍하는 건 그만둘 경우 당장 먹고살 일이 아득해서다. 10명 중 6명(60.2%)이 지금 그만둘 경우 ‘할 일이 없다’고 답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할 일은 더 없다. 40대 이상 직장인 중 지금 그만둘 경우 할 일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8명이나 된다(75%). 30대는 이보다 훨씬 적다(51.8%).

그러니 직장인들은 지금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떻게든 버티려 한다. 회사 일로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자기 계발 노력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커리어 개발을 위해 근무시간 외에 자기 계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67.4%)가 ‘그렇지 않다’(32.6%)는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이 노력하고 있다. 40대 이상 직장인 중 자기 계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람(72%)이 20대와 30대(각각 64.3%, 69.3%)보다 많다. 노력에 대한 성과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40대 이상의 불안감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계발 노력으로는 자격증 취득이 가장 많았고(22.7%), 영어 등 어학공부(21.8%)와 업무 관련 공부(21.3%) 순이다. 20대는 ‘어학공부’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30대와 40대 이상은 ‘업무 관련 공부’ 비중이 가장 높았다. 부업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에서는 ‘이직 준비’ 다음으로 많은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이직 준비’(13.8%)보다 ‘부업 고민’(18.9%)이 더 많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이직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임을 반영하는 응답이다.

또 커리어 목표를 갖고 있는 직장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가운데 77.8%가 커리어 목표가 있다고 답변했다. 또 10명 중 8명이 이런 커리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방법과 계획을 심사숙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의 커리어와 관련해 상담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10명 중 6명꼴(61.9%)이다.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조직 내부와 외부의 비율이 비슷하다. 전문 컨설팅 기관과 상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컨설팅 기관과 상담할 사람이 늘 것으로 보인다. 전문 컨설팅을 받고 싶다는 사람이 10명 중 8명(75.9%)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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