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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만 다른 「정책보따리」/김영삼·이종찬진영의 정견 비교

중앙일보 1992.05.09 00:00 종합 3면 지면보기
◎비전·노선 별차없는 인물대결/경제분야는 표현 방법만 달라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김영삼·이종찬 두 후보의 정견과 정책상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서로 노선상의 차이때문에 다투는 것일까,아니면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인물대결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드러난 두 후보의 정견과 정책을 비교·분석해보면 수사적 표현의 차이만 있을뿐 기본골격은 흡사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표참조>

이 후보가 TV정책토론회와 전당대회에서의 정견발표,합동연설회 등의 수용을 거듭 촉구한 것도 결국 정책의 차별성 부각보다는 김 후보가 논리성이 부족하고 토론솜씨가 서툴다는 약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측도 이 후보측의 이같은 의도를 안다. 그래서 뜻밖의 돌출변수 발생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직접적인 토론대결을 피하고 일방적인 정책발표로 응수하고 있다. 때문에 이춘구사무총장 같은 이는 『두 후보가 같은 자리에서 하지 않았을뿐 이미 정책대결은 시작된 것』이라고 양측의 속셈을 짐작했다.

○…김 후보의 두차례의 지방연설회와 이 후보의 세차례의 변칙 지방유세에서 제시된 정견은 추상적인 차별성을 앞세우고 있다.

우선 김 후보는 큰정치 큰인물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순리의 정치,예측가능한 정치,책임있는 권력론을 내걸고 있다. 김 후보는 『화해와 대타협의 큰 정치를 하겠다』(청주·춘천연설회)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무정견과 반지성의 정치,탐욕스런 과두정치에 맞서 새정치를 펼치겠다』(서울 모금집회)는 주장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지역·계층·이념갈등의 극복을 「큰 정치」 또는 「새 정치」란 다른 말로 포장하고 있을뿐 정치노선상의 차이는 없다. 다만 지역감정 해소처방으로 이 후보는 양김청산을,김 후보는 혁신적인 인사정책을 각각 내세운 점이 다르다.

두 후보는 또 한결같이 「작은 정부」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노 대통령 정부에서 두드러진 행정기관의 비대화와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특히 『역사적 전환기에는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민주적이고 정직한 지도자가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6공정권이 「물정권」이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이 후보역시 『일관성있는 정책시행으로 신뢰받는 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말해 노 정부의 약점을 꼬집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 후보는 노 대통령의 심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민자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을 6·29선언의 완성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경제관은 『자유시장경제의 활력회복』(김 후보) 『활기찬 시장경제 구현』(이 후보)으로 표현,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최소화한 자유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할 것을 다 함께 다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견에 뚜렷한 차이는 없으면서 김 후보는 『순리적인 시대의 대세에 따라 내가 후보로 선출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고 이 후보는 『양김의 시대적 역할은 끝났다』며 인물교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정책대결의 핵심이어야 할 경제정책분야에 있어서는 아예 차이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물가와 부동산투기를 잡아야 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해야 하며 금융실명제도 궁극적으로는 실시할 수 밖에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김 후보가 경제정책만을 떼어 발표한 탓에 다소 구체적인데 비해 이 후보는 개괄적인 발표만 했을뿐 아직 구체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김 후보는 물가를 2년내 3% 수준으로 안정시키고 국제수지도 2년내 흑자로 반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그 대책으로 ▲통화공급의 적정선 유지 ▲정부의 재정지출 억제 ▲유통구조 개선 ▲부동산투기 억제 ▲제조업 자금난 완화 ▲사회간접자본 확충 ▲소비절약 분위기 조성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김 후보가 제시한 대책 하나하나의 실현가능성과 구체적 실현방안을 따지는 것이 진정한 정책대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김 후보가 『농지소유와 거래에 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축소·자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은 기업농 육성과 이농현상 촉진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

김 후보진영은 이 후보측을 『정책대결을 하자고 해놓고 백화점식으로 나열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고 이 후보진영은 『김 후보측이 정책대결의 장을 기피하고 있다』며 함께 서는 「자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김 후보측은 『이 후보가 새정치를 내세우면서 사실상 과거 야당의 폐습을 되풀이하는 낡은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 후보측은 『김 후보가 큰 정치를 한다면서 포용력없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진정한 정책대결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상호비판과 검증을 통해 정치지도자로서의 적격여부를 심판받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김두우기자>

□김·이 두후보 정견·정책 비교

김영삼 이종찬

구호 큰정치 큰인물 새정치 새인물

정치관 순리의 정치 깨끗한 정치

통치관 작은정부,강력한 지도력 작은정부,신뢰받는 행정

경선관 비생산적 대결지양,6·29 정책대결,6·29선언의

선언의 완성 완성

경제관 자유시장경제 활력 회복 활기찬 시장경제

정책 물가 2년내 연 3% 최우선과제

금융 금융실명제 실시­ 단계적 실시

시기·방법 신중

기업 대기업 업종전문화 재벌의 경제력집중완화,

중기종합지원체제 유망중기 신용대출 확대

농촌 유통구조 개선,농지거래 유통구조 개선,농업의

규제 완화 경쟁력 강화

땅투기 주택공급 확대 종합토지세 강화

경제 강력·효율적 지도력, 정치개혁의지가 확고한

회생 정책 일관성 필요 지도자 필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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