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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포인트 생도 이슬람 배우기

중앙일보 2007.04.07 04:31 종합 12면 지면보기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졸업반 생도인 브라이언 휴스는 지난주 난생 처음 뉴저지주에 있는 모스크(이슬람교 사원)를 찾았다. 사흘간 이슬람 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수업이었다. 그는 새벽에 이맘(예배 인도자)의 낭랑한 코란 독경 소리에 잠을 깼다. 낮에는 무슬림(이슬람교도)과 먹고 마시며 그들의 문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저녁엔 기도실 침낭을 깔고 잠을 청했다.


"무기·전술 뛰어난데도 이라크서 시행착오 …"
모스크서 코란 읽으며 알라에 기도
이라크·아프간 파병 전 문화 체험

몇 달 뒤 졸업과 함께 소위로 임관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차 소대를 지휘할 예정인 그는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AP통신 등은 5일 웨스트포인트 생도들이 '이슬람 이해하기'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스와 그의 동기 수십 명은 중동의 전장에 배치되기 전 다른 종교와 문명을 배우기 위해 '평화 얻기(Winning the Peace)'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이 과목을 선택한 생도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선배들과 일대일로 짝을 맺고 있다. 일종의 멘토(조언자) 시스템이다. 생도들은 선배들과 수시로 e-메일을 주고받으며 이슬람 세계에 대해 많이 배우면서 모스크 생활도 직접 경험했다.



모스크를 운영하는 이슬람센터 책임자인 암드 세디드는 "무슬림도 여느 신자와 같이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이고, 이번에 생도들도 그런 점을 확실히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도 크리스 빌러는 "이슬람 세계는 정말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병 소위로 임관될 잭 프리스비도 "다른 생도들도 영화나 책이 아니라 모스크에서 직접 이슬람 문화를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이 과목의 개설에는 해외 주둔 미군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슬람 문화를 몰라 경전인 코란을 모독하는 바람에 현지 주민들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무슬림으로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대위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무죄로 풀려난 뒤 "미군을 포함해 미국 내에 극단적인 이슬람 혐오증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보탬이 됐다. 생도들은 모스크뿐 아니라 힌두교 사원이나 흑인 교회도 방문했다. 거기서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웨스트포인트 측은 "우리는 무기와 전술의 우월성으로 세계 최고의 군대를 만들었지만 (이라크) 안정과 재건, 평화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수업은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명과 전비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고도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던 게 베트남 사람들의 기질이나 습성 파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반성도 얹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이런 교육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현지 주민의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군이 일부 기지에 무슬림 장병을 위한 기도실을 마련하고, 이들에게 이슬람 휴일을 허용한 조치와 맥을 같이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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