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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구의 20%

중앙일보 1991.09.04 00:00 종합 11면 지면보기
경제학자 케인즈는 l9l9년 저서에서 인구의 동태야말로 경제의 흐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 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긴눈으로 보면 레닌과 같은 혁명가의 활동보다는 인구의 변화가 경제에 대해 훨씬 더 근본적인 힘을 갖는다고 그는 역설했다. 나는 평소 이것이 케인즈의 많은 탁견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중국을 여행하면서 다시 그의 말을 음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소평과 그의 후계자들은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를 어떤 기준을 가지고 운영할까. 중국혁명을 지지해준 농민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하느냐가 그들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어떤 나라의 발전모형도 중국에는 통용될 수 없다. 중국은 소련과도 다르다. 겉으로는 같은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공통점은 매우 적다.

버트런드 러셀은 중국의 예술은 「극히 우아하다」고 표현했지만, 서안에 있는 2천∼3천년전의 문물을 보면 크고 작고간에 러셀의 표현이 실감났다.

삼장법사가 살았던 자은사의 대안탑이 그 일례. 간략하면서도 전아한 아름다운 윤관이 보라빛 색상과 즈화를 이루면서 초여름의 푸른 하늘에 잘 어울린다. 이 탑은 아마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서안에는 일본의 고승 공해가 408년에 와서 공부하던 청룡사가 있다. 이 절의 모양은 흡사 일본의 불사를 연상시키며, 단청도 일본식으로 돼 있다. 일본사람들이 소중히 여기고 있는 징표다. 이번 여행중에 일본과 관계가 있는 여러곳에 일본사람들이 기념물을 남겨놓은데가 많았다.

일본은 옛날부터 중국과 가까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비림이란 돌비석을 모아서 「비의 숲」을 이룬 곳을 말하는데, 거기에는 한대이후 청대에 이르는 2천년동안의 명필들이 쓴 비 2천3백개가 숲을 이루고 있다. 내가 아는 명필들의 필적은 거의 다 있다. 「비의 숲」을 이렇게 만드는 것은 무슨 뜻인지 처음에는 몰랐으나, 내가 좋아하는 송대의 명필 황정견의 글씨를 새긴 비를 보고 그 뜻을 알았다. 황정견의 호는 산곡이고 동파의 친우였었는데, 그의 글씨는 그 많은 역대의 명품중에서도 으뜸가는 백미였다. 황정견의 글씨를 얻은 이가 그 글씨를 혼자 보기가 아까워 다른 사람들이 탁본을 떠갈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글씨를 비림으로 보낸다는 말이 비에 적혀 있다. 다시말해 비림은 명필의 글씨를 보존하고 보급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서안을 떠나기 전날 오후에 서안에서 제일 큰 신화서점에 들렀다.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느냐고 물으니 『몰유!』(메이유-없다)는 대답이다. 이 대답은 그 후에도 여행도중 여러번 들어야 했다. 책은 분명히 북경에서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한결같은 『몰유!』하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점앞에서 왕여사가 우리에게 리어카에서 파는 아이스케익을 하나씩 사준다. 혹 배탈이 나지않을까 염려했지만, 호의가 감사해서 눈딱감고 다먹었다. 그래도 아무런 탈이 없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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