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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창조 시대 … 4대 그룹 기업문화는 < ⑤·끝 > SK

중앙일보 2007.01.14 18:03 경제 1면 지면보기
개별 기업의 문화적 특징은 뚜렷했으나 공통적인 '그룹의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표적인 두 계열사 SK㈜와 SK텔레콤을 통해 살펴본 SK의 기업문화 이야기다.


계열사 따라 다른 '색' … 획일적 틀 강요 안해
중앙일보 - 아주대 공동 조사

SK㈜는 직원들 간에 유대가 강하고 보수적이었다. 반면 SK텔레콤은 개인주의.성과지향주의적이고 혁신적인 성향이 강했다.



SK㈜는 현대차에, SK텔레콤은 삼성전자에 가까웠다. 두 회사의 업종이 다르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LG전자와 LG화학은 업종이 전혀 다름에도 공통으로 흐르는 조직 문화가 있었다. 그런 것이 SK에는 없다. '따로 또 같이'가 SK그룹의 슬로건인 이유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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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색깔이 확 다른 송년 행사를 했다. SK㈜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등을 소재로 임원들이 직접 꾸민 마당극을 공연했다. SK텔레콤은 레게 그룹 초청 공연을 벌여 전직원들이 신나게 몸을 흔들 공간을 마련했다. 임직원들이 격의없이 어우러지자고 만든 행사였는데, 내용은 이렇게 달랐다. 한 그룹에 속하지만, 완전히 이질적인 두 회사의 문화가 그대로 엿보인다. 중앙일보와 아주대 경영대학원의 '4대 그룹 기업문화 조사'에서도 SK 기업문화의 이런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정유업체인 SK㈜는 끈끈한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한 보수적인 문화를 보여줬고,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도전적이고 유연한 면모를 드러냈다. 가령 '여성을 진정한 상사로 모실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SK㈜는 긍정의 답이 72%로 조사 대상 8개사(삼성전자.삼성생명.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LG전자.LG화학 포함) 중 가장 낮았지만, SK텔레콤은 99%로 가장 높았다. 이런 차이에는 유가.환율 정도를 빼면 큰 변화 요인이 없는 정유업종과 소비자 욕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해야 하는 통신서비스업이라는 업종 특성도 반영돼 있다. 하지만, 이같이 서로 다른 계열사의 문화를 구태여 한 틀로 가두려 하지 않는 것이 SK그룹의 기업문화다.





지난 연말 서린동 사옥에서 열린 SK㈜ 송년 행사 광경. 본사 직원 300여 명 앞에서 신헌철 사장 등 임원들이 '메밀 꽃 필 무렵'이라는 제목의 전통 마당극 공연을 했다.
◆특별취재팀=이현상(팀장)·권혁주·김승현(경제부문) 기자, 공동 조사=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김관영 아주대 경영연구소 연구원 leehs@joongang.co.kr





"인간적이고 유대감 강하다" 82% … 조직력의 SK㈜



SK㈜에선 보통 후배 직원을 부를 때 '○○씨'가 아니고 '○○야'라고 한다. 마치 친구나 동생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후배 사원도 선배나 상사를 그냥 '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호칭만 가족이나 학교 선후배 같은 것이 아니다. 직장 분위기 자체가 그렇다고 한다. "2년 전 부서 직원이 '집안 일이 생겼는데 며칠 자리를 비울 수 없겠느냐'고 했다. 다른 회사 같으면 정기 휴가를 당겨 쓰게 하고, 일도 돌아올 때까지 놔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서원들은 '빨리 해결하고 오라'며 그냥 며칠 말미를 줬다.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사람이 해야 할 일도 동료가 처리했다.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들 생각했다."(기획 부서 직원) 이번 조사에서도 '회사가 인간적인 곳이고 사원들 간에 유대가 강하다'는 항목에 SK㈜ 임직원 82%가 '그렇다'고 했다. 8개 기업 중 최고였다. SK텔레콤은 이와 반대로 최하위인 38%였다.



SK㈜의 조직 문화를 담당하는 허동순(39) CR기획팀 과장은 끈적끈적한 문화가 형성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유를 사서 석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모든 과정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간다. 각자 개성을 발휘하는 것보다는 전체가 빈틈없이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중시하게 되고 직원들 간에 유대가 강해졌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자기 주장과 개성이 강한 신입 사원들은 입사 초기에 불만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적이고 집단주의적인 기업 문화가 조직의 활력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조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봐야 웬만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이 때문에 직급이 낮을수록 수동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SK㈜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 하는가'에 57%만 '그렇다'고 했다. 기업 문화 조사 대상 8개 기업 중 최하위였다. SK텔레콤의 91%와는 현격한 차이다. 회사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1998년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는 등 회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직원들이 유연하게 사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SK텔레콤 직원들이 송년 모임에서 야광봉을 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같은 그룹의 송년 행사지만 그 내용에서 젊고 혁신적인 SK텔레콤과 보수적이고 인간적인 SK㈜의 문화 차이가 드러난다.
"회사 내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다" 62%…도전 정신의 SK텔레콤



매년 연말이면 SK텔레콤엔 '인력 시장'이 선다. 각자 일하고 싶은 부서를 사내 전산망에 올리면, 이를 바탕으로 인사 담당 부서와 현업 팀장들이 모여 누구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인사 이동'이 아니라 '인력 시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워낙 많은 직원이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매년 이런 식으로 전직원 4000여 명의 4분의 1인 1000여 명이 부서를 바꾼다. 인력관리실 임규남 매니저는 "대개 한 부서에서 2~3년 정도 있으면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나선다"고 전했다. 싫증을 느껴서라기보다는 늘 변화를 꾀하는 게 DNA(유전인자)여서라는 게 회사 측의 시각이다. 나날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이동통신 사업의 특성 때문에 임직원들이 새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SK텔레콤은 80%가 '업무에 애착이 있다'면서도 62%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SK㈜의 경우 '업무에 애착이 있다'는 78%로 SK텔레콤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42%에 불과했다.



SK텔레콤은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분위기를 가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연한 사고가 통신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직원들의 직급과 호칭을 단순화한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직원들은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지 않으면 모두 '매니저'로 불린다. 이전에 차장이었든 말단사원이었든 예외가 없다. 위계서열을 따지지 않는 수평적 문화를 바탕으로 사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거리낌없이 내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인력관리실 이재윤 매니저는 "'벤처 문화의 장점을 흡수한 대기업'이 우리 회사 조직문화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부 팀을 대상으로 또 하나의 실험을 하고 있다. 책상 배치만 봐서는 누가 팀장인지 알 수 없도록 섞어 앉히는 것. 역시 수평문화를 지향한 것으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모든 부서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팀별은 물론 직원 간 경쟁도 치열하다. 그래서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팀에 업무를 맡기고, 더 잘하는 팀이 생기면 그쪽으로 언제든지 업무를 넘긴다.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일까. SK텔레콤은 직장이 '인간적인 곳'이라는 응답(38%)이 조사 대상 8개 기업 중 가장 낮았다.





SK그룹 공통문화는 "격의 없는 대화 "



전혀 다른 기업문화를 가진 SK㈜와 SK텔레콤. 공통된 '그룹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러나 굳이 이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SK그룹의 특징이다. 1980년 SK그룹(당시는 '선경')이 SK㈜의 전신인 유공을 인수했을 때, 한 임원이 고(故) 최종현 회장에게 "저쪽(유공) 조직 문화를 우리 그룹에 맞게 바꿔야하지 않을까요"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손 안 댔던 분야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을 인수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문화가 그 업종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94년 한국이동통신(지금의 SK텔레콤)을 인수했을 때도 마찬가지. 1등 기업을 인수한 뒤에 그 기업의 문화를 그대로 가져가게 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SK㈜와 SK텔레콤의 기업 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배경이다. SK그룹은 다른 계열사들에게도 알아서 필요한 문화를 가꾸게 한다. SK그룹에게는 경영 이념과 실제 경영 방법들을 명문화한 일종의 '그룹 경영헌장'인 'SKMS'(SK경영시스템.SK Management System)'가 있다. SKMS는 기업 문화에 대해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구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향은 설정해놓지 않았다. 기업문화란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이는 업종과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는 철학이 반영돼있다.



SK㈜와 SK텔레콤의 문화에도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상하 간에 대화와 의견 제시가 자유롭다는 점이다. SK그룹의 고유한 회의문화인 '캔 미팅(Can Meeting)'이 좋은 사례다. 팀장이든 팀원이든 필요하면 언제라도 캔 음료수 몇 병을 사들고는 격의없이 회의를 요청하는 것이다.조직 문화는 이질적이지만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문화'라는 점에선 같다. 그래서 그룹 슬로건이 '따로 또 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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