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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묻지마 편파판정, 외인 수입 아시안의 스포츠 축제에 상처

중앙일보 2006.12.14 05:36 종합 29면 지면보기
아시아 핸드볼 정기총회가 열리기 열흘 전인 11월 19일, 대한핸드볼협회에 팩스 한 장이 날아들었다. '셰이크 파드 알아마드 알자비르 알사바(45)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의 개인 사정으로 AHF 총회를 2007년으로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AHF 규정에는 '2년에 한 번씩 총회가 열린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에는 대회 직전, 대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열린다'고 명시돼 있다. 총회는 최고 의결기구다. 그러나 회장의 개인 사정이 '규정과 총회의 권위'를 뛰어넘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7월에 또 '황당한' 공문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에 한국 심판 2명이 지명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함께 동봉해야 할 '대회 전체 심판 지명자' 명단이 없었다. 고병훈 협회 사무국장은 "카타르와 쿠웨이트가 나눠먹으려 하고 있다. 편파 판정에 당할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온다"고 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는 카타르인 2명이, 카타르 경기에서는 쿠웨이트인 2명이 심판으로 나섰다. 협회는 다우드 타와콜리 아시안게임 핸드볼 심판부장에게 항의했지만 "아무것도 대답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쿠웨이트 왕족은 1974년 AHF 창립 후 22년간 대를 이어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AHF 운영 자금은 쿠웨이트에서 나온다.



더구나 쿠웨이트와 카타르에서는 관중석이 꽉 찰 정도로 핸드볼의 인기가 높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두 나라가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다른 중동 국가들조차 "아시안게임에서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피해야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화려하게 열렸다. '왕족의 의지'는 '개혁.개방으로 나간다'는 것이었고, 그를 위해 스포츠 이벤트를 디딤돌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그 의지에 따라 스포츠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선수 수입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귀화 선수'는 육상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배구와 농구 등으로 퍼져나갔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에서 마구잡이로 선수를 수입할 거면 아시안게임을 따로 할 필요도 없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카타르는 올림픽 유치를 바라보고 이번 대회를 준비해 왔다. 시설과 기술적 운영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그러나 권력이 경기에 반영되면서 '공정(fair)과 순수'라는 스포츠의 본질적 이념은 크게 상처받았다.



도하=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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