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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가장 강한 미디어는 예술" 세계 큐레이터·수집가 북적

중앙일보 2006.12.10 21:03 종합 23면 지면보기
마이애미 해변에 위치한 컨벤션센터 아트페어 전시관에 몰려든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마이애미.AP=연합]
'모든 사람의 미적 감각은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르다.'(Everybody's sense of beauty is different from everybodyelse's.)

전시장 입구 기둥에 붙은 앤디 워홀의 명언은 '마이애미 아트페어'를 고스란히 규정하고 있었다.

1500명 예술가 작품 선봬…한지 이용한 전광영씨 작품 오픈 당일 매진

그만큼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북미 최대의 현대 미술 시장'으로 불리는 마이애미 아트페어다.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5회째를 맞은 '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가 열렸다. 오전부터 전시장인 마이애미 컨벤션센터 입구에는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정식 개장(오후 5시)에 앞서 미리 둘러보러 온 '프리뷰(낮 12시)' 관객이다. 멋진 옷차림의 중년 부인과 노신사 컬렉터들, 전세계에서 몰려든 큐레이터와 갤러리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프리뷰가 시작되자 이들은 작은 수첩을 손에 들고 널따란 전시장을 빠른 걸음으로 훑기 시작했다. "이 작품 너무 마음에 드는데요"라며 갤러리 번호를 우선 적기도 하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며 벽에 걸리지 않은 작품을 꺼내 살피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전세계에서 날아온 작품들을 보면 현대 미술의 트렌드가 읽힌다. 기존 유명 작가의 명품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윌렘 드 쿠닝의 드로잉은 200만 달러(약 19억 원)에, 파블로 피카소의 '회색옷의 여인'은 1200만 달러(약 115억 원)에, 영화배우 데니스 호퍼의 젊었을 적 모습을 그린 앤디 워홀의 '데니스 호퍼'는 300만 달러(약 29억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참가한 국제갤러리는 전광영.이기봉.구본창 씨 등의 작품을 출품했다. 특히 한지를 이용한 전광영 씨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현숙 대표는 "전씨의 작품은 개막 당일 10여 점이 모두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가격도 7만~10만 달러(약 6600만~95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미국의 스미소니언 미술관에서 전 작가의 개인전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으며, 워싱턴 대학교 미술관은 2008년 앨드리치 현대 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인 작가의 회고전을 순회전으로 하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는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기봉씨 작품과 구본창씨의 사진 작품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작품을 내놓은 예술가들은 1500명, 세계 곳곳에서 참가한 갤러리 수는 200개를 훌쩍 넘어선다. 관람객 수도 약 4만 명에 달했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미디어는 바로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마이애미 아트페어 운영위원장 사무엘 켈러는 "마이애미 아트페어는 이제 수퍼볼(미식축구), 오스카(아카데미 영화제)와 더불어 미국 최대의 아트 이벤트가 됐다. 올해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의 질이 높아졌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젊은 갤러리들이 상당수 참가한 점"이라고 말했다.



노먼 브레이먼(마이애미 소장자 협회 의장)은 "계속 늘어나는 갤러리들과 소장가들의 노력, 아트페어의 성공 등으로 인해 마이애미는 이제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예술 도시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의 소장가 라운지에 들어선 BMW와 불가리, UBS 등의 부스도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BMW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독일 뮌헨에 짓고 있는 BMW 박물관의 디자인에 대한 대대적인 설명회도 가졌다. 한편 아트페어 기간 껑충 뛰어오른 호텔 숙박료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마이애미 아트페어 일일 소식지인 '더 아트 뉴스페이퍼'는 첫날 머리기사로 두 배 이상 비싸게 받는 마이애미 비치의 호텔 방값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5년 전만 해도 아트페어 방문객들에게 방값을 특별 할인해 주던 호텔들이 이젠 하루 600달러(약 57만 원)씩 받고 있다. 아트페어로 인해 마이애미의 관광업이 살아났는데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아트페어=여러 개의 갤러리가 모여 작품을 파는 미술 시장을 뜻한다. 흔히 세계 3대 아트페어라면 스위스의 바젤, 미국의 시카고, 프랑스의 피악 등을 꼽는다. 이외에도 독일의 쾰른, 스페인의 아르코 , 미국의 마이애미 등이 유명하다. 특히 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는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주최 측이 미국을 겨냥해 독립시킨 행사다. 요즘은 아트페어의 성격이 단순한 미술시장 기능에서 미술계에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이벤트적 요소를 반영하는 등 보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마이애미=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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