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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화약고 불길에 헝가리 기업이 파산

중앙일보 1990.09.07 00:00 종합 4면 지면보기
◎버스제작 이카루스사 수출계약 깨져/시장경제 초반부터 막대한 타격

페르시아만 사태가 장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동유럽국가들이 받는 경제적 타격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동유럽 최대의 버스 메이커인 헝가리의 이카루스사는 이달초 부다페스트 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종업원 1만1천명에 산하 하청기업 5백개인 거대회사 이카루스는 동유럽 회사로선 수준급의 버스를 제작,수출함으로써 상당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터여서 이카루스의 이번 파산선고는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이카루스는 그동안 누적된 경영적자로 상당히 고전해 왔으나 최근 들어 조직을 대폭 정비하는 등 의욕적인 재출발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중동사태 발발은 이카루스의 재기를 무참히 짓밟고 말았다.

이번 중동사태로 동유럽국가들이 본 피해는 원유가격 급등과 유엔의 대 이라크 금수조치로 인한 이라크ㆍ쿠웨이트 수출 중단.

이카루스의 경우 이로 인한 타격은 특히 커 9월 이라크로 수출하기로 돼 있던 버스 3백50대 (1천만달러어치)의 계약이 깨져버렸으며 연말까지 총 5천5백만달러의 수출계약이 깨질 전망이다.

헝가리 정부는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로 헝가리가 입을 직접 손해를 약 2억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이때문에 금년초 약 1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예상했던 당초 계획도 크게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현재 헝가리에는 이카루스사외에도 금속ㆍ제철등 거대기업 12개가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로 파산법을 적용받도록 돼 있어 그 여파는 헝가리산업 전체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카루스」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 명장 다이달로스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와 함께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미노스왕의 미궁을 탈출했으나 태양에 너무 접근,날개가 녹는 바람에 이카리아해에 떨어져 죽었다한다.

시장경제의 출발점에 선 헝가리가 페르시아만 사태라는 예상밖의 뜨거운 태양을 만나 이카루스처럼 추락하고 말 것인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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