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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깊은 계곡 냉기 감도는 수림 속 별천지

중앙일보 1990.08.17 00:00 종합 27면 지면보기
미지의 선경지대 무릉도원을 찾아라. 최근 무더위가 한고비를 넘기면서 바다보다는 물 맑고 아름다운 한국판 유토피아 무릉도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도연명(365∼427)의 『도화원기』에 따르면 동진의 초기에 무릉의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가다가 복사꽃이 만발한 미지의 선경에 이르렀는데 그곳은 진 대에 전란을 피해온 사람들이 한·위·진에 걸친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것을 모를 정도로 천년왕국이더라는 것이 중국 사람들의 유토피아 무릉도원에 대한 전설. 이 별천지가 우리 나라에도 열 한 군데나 되고 하나같이 아름다운 계곡과 옥수·기암괴석을 지니고 있다. 조선조 영조 때 지리학자 이중환(1690∼1756)의 『택리지』산형편을 보면 「영월 무릉·도원리는 물과 돌이 30리나 뻗쳐있고 주천강을 중심으로 시내와 샘물이 지극히 좋아 「복지」라고 꼽고 있고, 「공주 무성산 아래 도원리와 거창 가야산 무릉동 등 무릉계곡들의 경관이 선경 그대로」라고 적고 있다.

한국 땅 이름학회(회장 정재도)이사 김기빈씨(43)는 『옛 조상들은 산수가 뛰어나고 계곡이 깊거나 옥류가 흐르는 곳을 무릉이나 도원으로 이름 지었던 것 같다』면서 『이곳들이 대부분 전화를 입거나 중원군 살미면 무릉리처럼 개발돼 침수되는 등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는 못하나 아직도 천혜의 비경이 많다』고 했다.

선경 자랑하는 한국판 「무릉도원」 11곳|10㎞넘는 옥수…낙락장송 운치 만끼-영월|물 맑고 수심 얕아 가족휴양지 최적-괴산

김씨가 말하는 한국판 무릉과 도원들을 직접 찾아 소개한다.

<영월 무릉·도원리>

강원 영월군 수주면의 무릉리와 도원리 마을 어귀에 서천강이 흐르는 데다 기암괴석과 송림으로 둘러싸인 요선정, 바위를 쪼아 만든 마애불, 옥수에 드리운 낙락장송의 운치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특히 무릉리와 도원리 사이를 흐르는 옥수는 두산운계 계곡을 타고 구룡산(9백55m)까지 무려 10여㎞를 뻗고 있으며 온통 희고도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이어졌다.

2백∼3백 가구에 이르는 도원리는 지난 80년부터 해마다 복숭아나무 1천 그루씩을 심어오고 있어 봄이 되면 1만여 그루가 만개, 한껏 정취를 더해준다.

수주면은 면소재지인데도 그 흔한 여인숙이나 유흥업소가 없는 게 특징. 외래객들은 민가에서 농주에 산나물·토종닭을 곁들이면서 목가적인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괴산 무릉·도원리>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무릉리와 도원리. 신도원에서 대산(6백48m)에 이르는 10여㎞의 무릉리 계곡과 화양구곡에 이르는 도원리 성황천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대산의 산나물이 유명하며 성황천은 물이 맑고 얕아 가족휴양지로 적합하다.

청천면 부 면장 강창우씨는 『수년 전 이곳에서 무릉원이란 글귀가 새져진 바위가 나와 무릉교 앞에 세워놓았다』면서 『괴산에는 울창한 송림, 기암괴석, 수정 같은 시냇물이 많아 말 그대로 무릉 선경을 이루고 있다』고 자랑했다.

강씨가 소개하는 비경으로는 화양구곡 이외에도 선유구곡, 쌍곡구곡, 용추폭포, 후평 숲, 백로서식지 등 두 손에 꼽기도 어려웠다.

<동해 무릉계곡>

강원 동해시 삼화동 두타산 (1천3백53m)의 무릉계곡. 삼화사 서쪽 1.5㎞에 있는 금란정이란 정자부근에 수백 평 넓이의 암반이 있고 청옥산(1천4백4m)과 두타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군데군데 맑은 못을 이루어 그야말로 선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아무리 무더운 삼복에도 서늘한 냉기가 감돌며 계곡주위에 아름드리 수목들이 우거져 품치 또한 매우 아름답다.

무릉계곡에서 1㎞정도 더 걸어가면 조그만 고개가 나오고 그 고개를 넘어가면 또 다시 옥류를 만든다. 이 계곡을 5백m쯤 거슬러 올라가면 쌍폭이 나오고 그 뒤로 3단 폭포가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룬 용추폭포도 자리잡고 있다.

<정선 무릉리>

강원 정선군 남면 무릉리. 두위봉(1천4백66m)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2∼3㎞의 계곡으로 괴암 절벽을 이루고 있다.

예로부터 삼산오수(증산·묵산·척산·동남천·증산수·자고치수·발구덕수·척산수)가 있어 산수가 조화된 명승지로 꼽혀왔다.

고려시대엔 도원군이 있었다고 하나 이조 때 개칭되었고 현재는 무릉리를 동남천이 꿰뚫고 지나가며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정선에는 무릉리 이외에도 가리왕산(1천5백60m)과 동심서심·소금강·용굴계곡·회동계도 둘러 볼 만 하다.

<공주 무릉리>

충남 공주시 금흥동 무릉리.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공주 무성산은 천안 광덕산과 이어져 있는데 두 산의 남북 쪽에 간골짜기가 매우 많다. 이 계곡들은 숲과 계류가 조화되어 마치 하나의 선경을 이루고 있다」고 적었다.

이처럼 공주 무릉리는 장군봉(3백54m)계곡과 늘푸른 금강의 비단물결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흰모래의 금강 백사장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공주에는 무령왕릉과 박물관·공산성·곰 나루터·마곡사 등 명승지도 많다.

<진안 무릉리>

전북 진안군 주천면 무릉리. 호남지방 노령산맥의 첫 번째 고봉인 운장산(1천l백26m)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주자천 계곡. 운장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대불리를 지나 운일암·양일암 계곡을 거치면서 절경을 이룬다.

정상에 이르는 계곡과 능선에 가득히 덮인 조릿대 숲은 때론 한 키가 넘고 발붙일 곳 없이 빽빽하여 초원을 방불케 한다.

<상주 무릉리>

경북 상주군 은척면 무릉리. 남산(8백22m)을 비껴 흐르는 이안천 계곡이 절경을 이루고 이 계류는 멀리 속리산(1천57m)까지 거슬러 오르며 오송폭포와 옥량폭포, 장각폭포, 복호폭포, 쌍룡폭포 등 폭포지대를 이루고 있다.

이 계곡은 매우 깊어 가뭄 때에도 물이 콸콸 흘러내릴 만큼 유심한 골짜기다.

옥수가 흐르는 계곡 곳곳에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널려있고 층암절벽의 기암괴석들이 이채롭다.

<거창 무릉리>

경남 거창군 남하면 무릉리. 황강의 넓은 백사장이 일품. 특히 심소정과 육모정이 자리하던 계곡을 따라가며 괴목·백일홍·향나무와 노송으로 둘러싸여 누구나 한눈에 명슴지 임을 알 수 있다.

우두산의 맑은 물을 받아 담을 이루고 있는 낙모대 주위의 기암괴석, 용산 앞의 삼각주형 송림, 안의의 삼정, 두문동 계곡 등이 수려한 경관을 지니고 있다.

<밀양 무릉리>

경남 밀양군 단양면 무릉리. 천황산(1천1백89m)과 재약산(9백48m)에서 발원하여 1백여 굽이를 돌면서 내려오는 밀양강 상류 계곡.

농암두가 유명하고 억새풀 고원으로 이름난 사자평, 표충사, 층층폭포, 금강동천이 절경으로 꼽힌다. 표충사마을의 흑염소 고기가 이름나 있다.

함안 무릉리

경남 함안안군 칠서면 무릉리. 진주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계곡은 또 하나의 절경과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인근에 부곡온천과 마금촌 온천이 이름높고 주위에 굿 개벌과 낙동강 진영단감이 유명하다.

<남제주 무릉리>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무릉리. 제주도의 노른자의 라는 서귀포를 비롯해 천지연, 천제연, 정방폭포 등이 있다.

무릉리에는 대정 해수욕장이 개발돼 있으며 안덕계곡의 숲과 물은 그대로 선경이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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