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기고]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 59. 메세나 활동

중앙일보 2006.08.13 20:31 종합 20면 지면보기
길병원 강당에서 열린 '환자와 주민을 위한 음악회'.
길병원에는 입구부터 병실.복도까지 사진과 그림 액자가 많이 걸려 있다. 이곳에선 정기적으로 관현악 콘서트가 열린다. 그래서 "길병원에 가면 문화가 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매우 즐겁고 기분 좋다.


병원서 음악회·인형극 자주 공연
지역 문화예술인 후원사업 벌여

나는 병원이란 질병을 고칠 뿐 아니라 환자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기쁨, 그리고 편안함을 안겨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960년대 미국 유학 때부터 둘러본 외국의 선진 병원들은 하나같이 '아늑하고 편한 내 집'을 지향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문화와 안락함을 주는 병원을 꾸민다면 질병의 고통이 얼마나 가벼워지고 또 평안해질까.



나는 이런 개념을 바로 길병원에서 실현했다. 유명 화가의 작품 전시회와 음악회, 아동.인형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병원 1층 로비와 정원에서 열고 있다. 경원대 관현악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정기 연주회도 연다.



문화행사 때마다 내가 놀라는 것은 환자들의 반응이다. 몸이 아파 거동조차 불편한 환자들이 미술작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간소한 음악회지만 자리를 꽉 메운 채 음악을 감상한다. 환자들의 표정은 밝아지고, 병원에서 문화적 갈증을 푼다는 만족감을 그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이젠 환자들이 언제 어떤 공연이나 전시회가 열리는지에 꽤 관심을 쏟는다. 어떤 입원 환자는 "병원에서 예쁜 사진.그림, 그리고 공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즐거워한다.



나는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착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그래서 1991년 5억여 원을 출연해 가천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길병원 별관에 강당을 마련하고, 가천문화학교를 열었다. 98년 3월부터 지금까지 5000명 이상의 주민이 다도(茶道).꽃꽂이.풍물.도예.춤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배웠다.



가천문화재단 주최로 매년 푸른인천 글쓰기대회(4월), 여의대상 길의료봉사상 시상(〃), 바다 그리기대회(5월), 전국 인설차문화전(6월), 심청효행상 시상(9월), 전북교육대상 시상(12월) 등이 열린다. 지난해부터는 재단이 산발적으로 해오던 후원 협찬을 체계화해 지역문화예술계 인사.단체를 위한 '가천경인문화예술단체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나의 '문화 사랑'을 인정받은 것일까. 나는 95년 당시 이민섭 문화체육부 장관에게서 공로표창을, 가천문화재단은 2003년 10월 단체로서는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각각 받았다. 문화훈장, 젊은 예술가상 등과 함께 3대 정부 포상에 들어가는 이 상은 단체가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상이다. 가천문화재단은 대표적인 '메세나' 단체의 반열에 올랐다. 기업이 수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활동인 메세나에 가천문화재단이 한 몫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다. 특히 올해 한국메세나협회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메세나 지원현황에 따르면 우리 재단이 삼성문화재단.LG연암문화재단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5위였다. 난 앞으로도 문화 소외층에 기쁨을 주는 '찾아가는 메세나'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에 나서고 싶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