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퍼 전파국" 경고···눈 껌뻑 않고 전염병 무기 삼는 미얀마 군부

중앙일보 2021.07.23 05:00
지난 13일(현지시간) 미안먀 제2의 도시 만델레이 외곽의 한 산소공장에서 한 남성이 빈 산소통을 깔고 앉아있다.[AF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안먀 제2의 도시 만델레이 외곽의 한 산소공장에서 한 남성이 빈 산소통을 깔고 앉아있다.[AFP=연합뉴스]

 
군부의 쿠데타, 의료 체계 붕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 ‘삼중고’에 빠진 미얀마가 신음하고 있다.

2월 쿠데타 저항에 의료진 대거 가담
7월 델타 변이 '3차 대유행' 속수무책
시민들 자가 치료·의사들은 비밀 진료

 
지난 2월 군부 쿠데타로 혼란에 빠진 미얀마에 코로나19 3차 대유행까지 덮치며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고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군부 저항에 가담했던 의료진이 사라진 병원은 제기능을 못 하고 있고, 주요 도시마다 산소통 등 의료용품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겨났다.
 
미얀마에선 7월 들어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군부가 장악한 미얀마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093명, 사망자는 247명으로 집계된다. 인구 5500만 미얀마의 공식 코로나 통계는 누적 확진자 24만 6663명에 사망자는 5814명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정부의 통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매일 사람이 숱하게 사망하는 걸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군부가 공식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취지다.
 

군부, 산소 공장·병원 통제

자원봉사자들이 14일(현지시간) 장례식에 방호복을 입고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자원봉사자들이 14일(현지시간) 장례식에 방호복을 입고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CNN이 인터뷰한 현지 의사와 자원봉사자들은 “군부가 전염병을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무기(weapon)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조이 싱할 국제적십자사 미얀마 대표도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의 3분의 1이 양성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의 급속한 증가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군부는 산소통 제조 공장을 장악해 민간의 산소판매를 금지하고, 군이 운영하는 병원에선 환자를 가려 받고 있다고 한다. 군부 저항 세력 및 시민 불복종 운동의 핵심축이 대부분 의료계 종사자들이라는 점도 의료 시스템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 의사가 없는 병원과 장례식장엔 방호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반(反) 군부 시위에 앞장섰던 의사들은 대거 체포됐다. 미얀마의 백신 접종 책임자인 타르타르 린 박사와 코로나19 대응 총괄인 양곤 의과대 응급의학과 마우마우 오우 교수 등도 군부가 구금하고 있다. 토마스 앤드루스 미얀마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은 CNN에 “약 500명의 의사가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비밀 진료소 운영하는 의사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산소공급 공장 인근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 [AFP=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산소공급 공장 인근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 [AFP=연합뉴스]

투옥 또는 파업 상태인 민간 병원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에는 산소통은 물론 산소농도계ㆍ인공호흡기 등 의료부품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병원에 가지 못 하고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하고 있다. “긴급” “도와주세요” 등의 메시지와 함께 개인 산소 공급업자를 구하는 글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심심찮게 올라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군부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의사들은 음지에서 환자들을 알음알음 돌보고 있다. 일종의 ‘지하 진료소’와 전화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익명의 한 의사는 CNN에 “하루 최소 150명을 진료 하고 있다”며 “후각 상실 등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의사는 “우리는 21세기에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수많은 생명을 잃고 있다”며 “일부는 (군부의)총에 맞았고, 일부는 (코로나19로)치료를 받지 못해 죽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미얀마, 방치시 수퍼 전파국 우려”

군부에 저항한 인사들이 대거 투옥된 수도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에도 코로나가 퍼졌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의 전 대변인 니얀 윈도 이곳에서 코로나에 걸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지난 4월 사냥용 소총으로 무장한 시위자가 군부 쿠데타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행진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쿠데타 이후 7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지난 4월 사냥용 소총으로 무장한 시위자가 군부 쿠데타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행진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쿠데타 이후 7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군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3박자가 “퍼펙트 스톰(초대형 악재)”을 불러올 것이라는 유엔의 평가도 나왔다. 군부 쿠데타로 23만명의 미얀마 난민이 생기면서 이들이 중국 등 접경지로 넘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중국에서도 최근 미얀마발로 추정되는 코로나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한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지난 14일 유엔 보고서에서 “미얀마를 방치하면 주변국에 코로나19를 퍼뜨리는 ‘수퍼 전파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