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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축사 모두 윈윈, 건축설계 발전하려면

중앙일보 2021.07.23 00:30 종합 29면 지면보기
한창섭 대한건축사협회 상근부회장

한창섭 대한건축사협회 상근부회장

건축물 붕괴 등 각종 안전사고를 줄이고 건축설계 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려면 건축사의 공적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한건축사협회 의무 가입을 골자로 한 ‘건축사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개정안이 2년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논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아쉽게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사위 2소위로 회부돼 재차 심사에 들어갔다.
 

소형과 중대형 차이 존중하고
법 개정해 설계 시장 바로잡아야

재심사로 넘어간 사유는 세 가지다. 의무 가입 단체인 건축사협회는 의무 가입해야 할 공적 기능이 있느냐, 단일 협회 의무 가입이 헌법상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느냐, 지역 건축사회의 입회비가 과도하냐 등이 쟁점이다.
 
이에 대한 해명은 어렵지 않다. 첫째, 건축사협회가 정부로부터 수탁받은 공적 역할은 건축사법 등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 자격시험, 실적 관리와 등록 업무, 위법 조사 및 처벌 의뢰도 할 수 있다. 둘째, 의무 가입하는 변호사·의사 등 전문 자격사 협회는 단일 협회다. 셋째, 입회비 문제는 의무 가입을 추진하는 목적 중 하나로 의무 가입은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의무 가입 반대 이유는 이해관계 차이 때문이다. 의무 가입을 추진하는 건축사협회는 90% 이상 회원이 소형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다. 반대 측은 주로 중형 건축사 사무소다. 중대형 사무소는 지자체 등 공공 발주 설계 공모를 통해 수주하고, 소형 건축사는 중·소규모 기업에서 발주하는 건축물을 수주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전체 1만2777개 건축사사무소 중 20인 이상의 중대형 사무소는 370개(약 3%)인데, 설계 시장 매출액의 49%를 차지한다. 중대형 사무소는 공공기관·기업을 상대하기에 설계비를 제대로 받지만, 소형 사무소는 개인과 주로 계약하기 때문에 설계비가 박할 수밖에 없다.
 
이해충돌은 감리 영역에서도 발생한다. 소형 사무소는 설계 계약을 개인과 하기 때문에 감리비를 제대로 못 받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낮은 설계비 문제를 허가권자의 지정감리로 해소하기를 원한다. 제삼자가 시공감리를 해야 제대로 감리가 가능하다는 사회적 명분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반면 중대형 사무소는 계약 상대가 공공기관·기업이어서 감리비가 감액되거나 못 받을 염려가 없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건축사 배출에서도 이해가 다르다. 지난해 연간 1000명 내외로 배출되던 건축사가 2298명으로 급증했다. 협회는 과잉 배출이라고 주장했지만, 중대형 사무소 측은 정부 주관 회의에서 찬성 의견을 냈다. 중대형 건축사는 인력이 많이 배출되면 좋은 직원을 채용해 활용할 수 있어 좋을 수도 있지만, 소형은 과당경쟁 때문에 반대한다.
 
건축사법에 공공 설계에 대한 대가 기준은 있어도 민간 설계엔 대가 기준은 없다. 중대형 사무소로선 공공기관·기업 설계 발주에 참여하기에 피해가 거의 없지만, 과당경쟁이 일어나는 소규모 사무소에선 공공 대가 기준에 준하는 설계 대가를 받을 수 없다. 중대형에서 민간 대가 기준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다.
 
이런 문제는 상대의 입장과 역할을 존중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협의·협력해 해결할 수 있다. 대형은 대형대로 설계 기술을 축적해야 하고, 소형은 소형대로 개인의 창의성·독창성을 바탕으로 건축물을 창작해야 한다. 그만큼 의무 가입을 계기로 협회에서 서로 목소리를 키우고 역할 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건축사협회도 설계 공모 제도와 불합리한 건축 규제 개선, 건축설계 발전방안 마련 등 좋은 건축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할 해야 한다. 건축사법을 개정해 의무 가입이 건축사 모두가 윈윈하고 건축설계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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