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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삼성서도 연락 받은 적 있다” IT 팁스터의 은밀한 세계

중앙일보 2021.07.22 19:02
삼성전자가 다음 달 11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행사를 앞두고 영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진행 중인 옥외광고.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다음 달 11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행사를 앞두고 영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진행 중인 옥외광고.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중국 상항이 등에서 다음 달 11일 예정인 ‘갤럭시 언팩(공개) 2021’을 알리는 옥외광고를 시작했다. 광고에서는 ‘(당신의 세상을) 펼칠 준비를 하라(Get ready to unfold)’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삼성전자 측은 새로운 갤럭시 기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이번 광고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애플 등 신제품 정보 사전 유출해 화제
IT 업계 출신 다수, 협력업체 등서 정보 얻어
“언팩 훼방꾼” vs “정보 공유하고 싶어서”
전문가 “기업도 새로운 공개방식 고민해야”

 
김이 샜다. 이번 언팩에서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이미지, 주요 사양, 기능 등이 이미 상당 부분 노출돼서다. 같은 날 공개가 예상되는 갤럭시워치4(스마트워치), 갤럭시버즈2(무선이어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8일에는 유명 정보기술(IT) 팁스터(정보제공자)인 에반 블래스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언팩 초대장 이미지를 올렸다. 사흘 뒤 삼성전자가 공개한 초대장과 문구를 제외하곤 똑같은 내용이다. 이 밖에도 많은 팁스터가 글로벌 IT 기업의 출시 예정인 최신 기기,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관련 정보를 유출하고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언팩 행사 초청 영상이라며 외신에 공개된 이미지. [사진 샘모바일]

삼성전자 언팩 행사 초청 영상이라며 외신에 공개된 이미지. [사진 샘모바일]

 

초청장부터 렌더링까지 유출…김샌 ‘언팩’ 

IT 팁스터(tipster)는 출시 전 신제품 정보를 유출해 누설자(leaker)라고도 불린다. 에반 블래스와 존 프로서, 온리크스, 맥스 웨인바흐, 아이스 유니버스, 맥스 잼버 등이 자주 언급된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2~4년간 IT 팁스터로 활동하면서 정보를 올리고 있다. 팁스터가 흘리는 정보는 언론에서 자주 인용된다. 
 
이들은 대부분 전·현직 IT 매체 종사자가 많다. 블래스는 엔가젯의 편집자였으며 애플의 최신 정보를 주로 다루는 프로서는 유튜브 ‘프런트 페이지 테크’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 렌더링(완성예상도)을 주로 보여주는 스티브 맥플라이(온리크스)는 IT 매체 슬래시리크스를 소유하고 있다. 
 
일부 팁스터는 샘모바일·레츠고디지털 같은 글로벌 IT 전문매체에도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엔 러시아나 인도의 IT 매체에서도 정보가 나온다. 맥루머스는 애플 관련 뉴스와 ‘루머(소문)’를 전문으로 다룰 정도다. 공개 내용도 과감하고 디테일해졌다. IT 전문 블로거 최필식 기술 작가는 “요즘엔 언팩 두 달여 전부터 360도 렌더링이 모두 유출되는 사례도 잦다”고 말했다.
 
유명 IT 팁스터 누가 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명 IT 팁스터 누가 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부 커뮤니티선 적중률 따지기도  

이들은 특히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한 IT 마니아에게 환영받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들 정보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거나 실제 제품이 출시됐을 때 사전 정보와 비교하며 적중률을 따져보기도 한다. 
 
“소수만 아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팁스터 A는 22일 중앙일보와 메신저 대화에서 정보 유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블래스는 지난 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보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고 답한 바 있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 가격을 미리 알면 씀씀이를 조절할 수 있고, 디자인과 사양으로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돈 때문에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A는 “과거 유료구독 형식의 사이트를 운영한 팁스터도 있었지만 유출 정보에 대한 금전 거래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을 제품 출시 효과를 반감하는 훼방꾼, 관종(관심받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9월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13의 모형. [사진 맥루머스]

9월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13의 모형. [사진 맥루머스]



유출 경로 수두룩…“애플 안팎에 정보원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와 협력업체, 통신사, 물류업체, 계열사 등 정보 원천은 다양하다.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DM),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 암호화된 이메일 등으로 제보를 받거나 직접 만나 테스트용 기기 등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존 프로서는 지난해 트위터에서 진행한 팔로워들과의 문답에서 “애플 안팎, 미국 내외에 모두 정보원이 있다”며 “정보를 공유하기 전 2~3명에게 확인을 거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팁스터는 “삼성전자의 고위 인사가 정보를 주려고 먼저 연락해온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일한 적 있는 한 IT 업계 종사자는 “마케팅 단계에서 협력업체, 해외 법인 등과 소통하는 중 실수로 유출되는 사례가 있다”며 “개발 단계에서 공장 직원이 촬영해 올리거나 케이스 업체 등에서 정보가 새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팁스터의 정보가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존 프로서는 지난 4월 “구글 (스마트폰) 픽셀 5a가 취소됐다”고 트윗을 올렸지만 이후 구글은 “픽셀 5a가 취소되지 않았다. 올해 말 미국과 일본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가 21일 배포한 갤럭시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초청장. 짙은 녹색 계열의 그래픽 디자인은 갤럭시Z폴드3를, 연보라색과 크림색으로 구성된 그래픽은 갤럭시Z플립3를 의미한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1일 배포한 갤럭시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초청장. 짙은 녹색 계열의 그래픽 디자인은 갤럭시Z폴드3를, 연보라색과 크림색으로 구성된 그래픽은 갤럭시Z플립3를 의미한다. [사진 삼성전자]

IT 팁스터 에반 블래스가 지난 18일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사진 에반 블래스 트위터]

IT 팁스터 에반 블래스가 지난 18일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사진 에반 블래스 트위터]

 
제조사들은 마케팅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팁스터에게 정보를 흘린다는 설을 부인한다.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한 만큼 회사가 원할 때 제품을 노출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다른 주장도 있다. 팁스터 A는 “극히 일부지만 제조사가 (팁스터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고 언제, 어떤 내용을 올리라고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조사는 제조사대로 유출을 막기 위해 보안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 업무 직원들에게 보안서약서를 쓰게 하고, 주기적으로 보안 점검과 교육을 한다. 시제품의 기능을 기존 단말에 넣어 디자인을 숨기는 일명 ‘도시락폰’ 방법을 사용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고유 번호가 나타나게 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극히 일부지만 금전적 혜택 주기도”

제조사들은 팁스터에 대해 겉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IT 매체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일부 팁스터에게 경고장을 보내 저작권 침해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팁스터에게 법적 조치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최필식 작가는 “주로 정보를 토대로 제작한 렌더링을 공유하는 것이라 저작권을 따지기 모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하는 언팩 행사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 작가는 “팁스터가 유출하는 정보로 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할 만큼 가치가 커지고 있다”며 “지금처럼 제품을 꼭꼭 숨겼다가 행사에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기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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