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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100만원' 이재명 말대로면, 복지예산 25% 쏟아야

중앙일보 2021.07.22 18:37
‘이재명표’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 정책의 윤곽이 나왔다.  
 
2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회에서 정책 발표회를 열어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 금액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수준인 월 50만원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재원 형편상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는 없으나, 차기 정부 임기 내에는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 원, 그 외 전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 원, 그 외 전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뉴스1

 
이 지사가 내세운 기본소득의 큰 줄기는 두 가지다. 19~29세 청년에게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 나머지 국민에 지급하는 보편국민소득이다.  
 
보편국민소득은 차기 정부 임기 둘째 해인 2023년 1인당 연 25만원으로 시작한다. 단계적으로 확대해 차기 정부 임기 내 연 100만원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4인 가구 기준 연 400만원에 해당한다.
 
청년층에겐 보편국민소득에 청년기본소득을 더해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가 시장으로 있었던 성남시에서 2016년 시작한 청년배당과 기본 설계는 같다. 2023년부터 연 100만원이 청년기본소득으로 추가된다. 보편국민소득에 청년기본소득이 얹어 차기 정부 임기 말 기준 청년 1인당 연간 총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 2023년 시행 첫해에만 18조원 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6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19~29세 727만 명, 그 외 4441만 명)를 기준으로, 행정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단순 지급 액수만 추산해도 이 정도다. 해마다 지급 액수를 늘리기로 했는데 임기 말 기본소득 예산은 연 59조원으로 불어난다.  
 
기본소득 둘러싼 여야 대선후보 복지 논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본소득 둘러싼 여야 대선후보 복지 논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영계획’ 내 분야별 재원 배분 계획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정부 복지예산은 연간 230조~240조원 수준이다. 제도 설계와 지급에 필요한 행정 비용이 추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정부에서 복지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해마다 기본소득에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간 국방 예산(2023년 59조원, 2024년 61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이 지사는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차기 정부의 기본소득은 일반 재원, 조세 감면분, 긴급한 교정 과세(기본소득 토지세와 탄소세)로 시작한다”며 “차차기 정부부터는 국민 숙의 토론 과정을 거쳐서 기본소득 목적세 도입을 통해 기본소득을 본격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재정 구조 개혁 등으로 연 25조원 이상, 조세 감면분 축소로 25조원 이상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재정 구조조정은 정부에서 해마다 ‘마른 수건 짜기’ 식으로 해오던 터라 기존 사업을 대규모로 축소하지 않는 이상 여력은 거의 없다. 의무적으로 나가야 하는 지출(의무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재량 지출 조정만으로 대규모 예산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지사가 더 내놓은 카드가 ‘교정 과세’이다. 기본소득 토지세와 탄소세를 신설하는, 사실상의 증세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토지세만 해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토지에 이미 부과되는 세금이 있어 중복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과세자 반발은 물론 이중과세로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까지 있다. 기존 복지 급여 제도를 축소하거나 나랏빚을 늘리거나. 대안은 많지 않단 의미다.
 
기본소득제 해외 사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본소득제 해외 사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연 3만 달러(약 3500만원)를 넘는 현 상황에서 연 100만원, 월 8만원 돈은 ‘기본용돈’이지 소득이라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전 국민에 지급하다 보니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기존 급여성 복지 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대규모의 중장기적인 계획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복지 제도의 틀까지 바꿔야 하는 엄청난 제도를 정치적 이유로 조급히 발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김 교수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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