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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윤 일병 살인, 구타 선임병 유족에 4억원 배상하라"

중앙일보 2021.07.22 17:49
서울중앙지법[뉴스1]

서울중앙지법[뉴스1]

군대 내 구타 및 가혹 행위로 숨진 고(故)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가해 선임병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선임병 가혹행위 위자료 인정
"군 축소·은폐는 단정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부장 정철민)는 22일 가해 선임병 A씨가 윤 일병의 유족에게 모두 4억 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윤 일병 유족들이 “사건 당시 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며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2014년 윤 일병에게 무슨 일이…

2014년 2월 말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윤 일병은 경기 연천의 한 부대 의무병으로 배치됐다. 하지만 직후부터 단지 대답이 느리고 발음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선임병들로부터 가혹한 폭행이 시작됐다. 한 달여 폭행이 계속된 뒤인 같은 해 4월 6일 당시 병장이던 선임병 A씨 등은 주먹과 손바닥, 발 무릎 등으로 윤 일병의 얼굴과 옆구리, 복부 등을 30회 이상 때리고, 쓰러져 있는 윤 일병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결국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윤 일병은 인근 병원으로 호송됐지만, 다음 날 사망했다. 수사과정에서는 A씨가 다른 후임병들과 함께 윤 일병을 따돌리고, 가래침을 핥게 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군 검찰은 A씨 등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가 1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죄명에 살인죄로 추가했다. 보통군사법원은 1심에서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상해치사죄는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에서는 A씨의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35년형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범 A씨에게만 살인죄가 인정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살인죄의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2016년 파기환송심에서 A씨는 살인죄로 징역 40년을 확정받았다.
 

손배소 대응하지 않은 선임병 A씨

가해 선임병 A씨는 유족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다. A씨는 소송에 필요한 답변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변론기일에도 나오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은 이를 ‘자백간주’로 보고 상대방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판결한다.  
 
법원은 “A씨는 2014년 3월 초부터 윤 일병에 대해 지속적인 폭행과 구타를 했고, 4월에는 윤 일병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그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유족들에게 윤 일병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윤 일병의 일실수입과 유족에 대한 위자료를 상속법을 적용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법원은 A씨가 윤 일병 부모에게 각 1억 9950여만원씩, 윤 일병의 두 누나에게 각각 5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국가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

윤 일병의 부모는 국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피고 대한민국이 윤 일병 사망 당일 폭행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을 부검도 하기 전에 ‘질식사’로 알리는 등 사건의 진상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군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과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수사 내용과 윤 일병의 사망 원인, 공소 제기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 측 주장처럼 사건 당일 군 관계자들이 윤 일병의 폭행 피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긴 했다. 당시 A씨 등은 입을 맞춰 폭행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 날 헌병대 수사관이 윤 일병의 타박흔 사진을 보고 폭행을 의심해 A씨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이런 점을 토대로 법원은 “병원 후송 때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윤 일병이 폭행당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시 부실수사가 이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 ‘질식사’로 사인을 추정해 발표한 군 수사기관에 대한 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군은 당시 수사관이 파악한 결과를 듣고 이를 발표한 것으로, 사후에 추가 조사절차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의해 사인이 다르게 밝혀졌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는 군 수사기관이 고의로 진상을 은폐하거나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재판 직후 “우리가 재판에 온 것은 군의 잘못을 묻기 위해서지 가해자 A씨의 처벌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재판 결과가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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