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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국방부→합참→해군, 다음은?…'아덴만 회군' 다단계 책임전가

중앙일보 2021.07.22 15:50
전체 부대원의 90%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창설 9년 만에 처음 임무를 중단하고 귀국한 청해부대 34진을 놓고 군 내부의 ‘폭탄 돌리기’가 한창이다. ‘아덴만의 회군’이 누구 책임인지에 대해서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은 여론의 직격탄을 맞지 않으려고 책임 논란에서 발빼는 데 바쁘다.
 

국방부ㆍ합참ㆍ해군, ‘폭탄 돌리기’
청와대, 일찌감치 군 책임 선긋기
국방부 자체 감사, 책임규명 미지수

20일 임무를 중단하고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임무를 중단하고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발단은 정은경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9일 청해부대가 신속 항원검사 키트가 아닌 신속 항체검사 키트를 가지고 간 사실에 대해 “복귀 후 관련 정보를 면밀하게 파악하겠다”고 말하면서다.
 
청해부대는 신속 항체검사 키트 800개를 갖고 출항했다. 신속 항체검사 키트는 상대적으로 판별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청해부대는 지난 10일 감기 환자 40여 명에 대해 신속항체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엉뚱한 신속검사 키트를 가져간 게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 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 것이다.
 


국방부 “공문 내렸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코로나19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대, 병과 등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활용토록 하라는 지침을 담은 공문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이 공문에 ‘장기 출항 함정’을 분명히 적어놨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신속검사 키트에 대해선 청해부대와 같은 해외파병 부대를 지휘ㆍ감독하는 합참에게 책임이 있는 셈이다. 
 
 

합참 “파병 준비는 각군이”

이에 대해 파병 관련 합참 관계자는 “국방부의 지침에 충실히 따랐고, 문제가 있었다면 국방부에서 지적했을 것”이라며 “파병부대의 준비 작업은 각군에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입장을 반박하면서 책임을 슬쩍 해군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해군은 속앓이 속 해명

해군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국방부와 합참이 책임을 해군에게 내려보낼까 우려하면서다. 그런데도 둘 다 해군을 지휘하는 곳이라 말 꺼내니가 조심스럽다. 해군 측은 “국방부의 공문은 신속 항원검사 키트를 구비하라는 것은 아니고, 정확도가 낮으니 유증상자 보조용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하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전체로도 책임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군이)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질병청은 청해부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의한 사실에 대해 국방부와 서로 다른 얘기를 하다 8시간 만에 번복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방부는 22일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감사를 착수했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과 각 기관이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감사 대상은 국방부와 합참, 해군 작전사령부, 해군본부, 국군의무사령부 등이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를 중심으로 꾸린 외부 위원회 또는 기관이 아니라 군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책임지는 국방부가 감사하는 것은 ‘면피용 셀프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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