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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왕은 도주왕' 발찌 끊고 잠적 열흘째…법원·검찰 "네 탓"

중앙일보 2021.07.22 13:00
2020년 6월 17일 ‘함바왕’ 유상봉(74)씨. 임현동 기자

2020년 6월 17일 ‘함바왕’ 유상봉(74)씨. 임현동 기자

‘함바왕’ 유상봉(74)씨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지 열흘이 지나면서 애초에 전자발찌 착용 조건부로 보석을 허가해준 법원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법원은 실형 확정 판결 뒤 검찰이 신속하게 형 집행을 하지 않아 도주하게 한 책임이 있다며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2021년 7월 13일 중앙일보 『[단독]함바왕, 사기죄 실형에 “죽겠다”…전자발찌 끊고 잠적』 참고)
 

검찰 “함바왕, 2차례 도주 전력 있는데 법원이 보석”

22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윤상현 무소속 의원 등과 지역구 경쟁 후보들에게 허위로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등 ‘총선 공작’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같은 해 10월 7일 구속기소됐다. 재판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올해 4월 5일 전자발찌 부착 조건으로 유씨를 보석 석방했다.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과 구속 기간을 고려했다”면서다. 
 
유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던 중 지난달 29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가 별도의 사기죄로 징역 1년 형을 확정 선고하자 13일 만인 이달 12일 전자발찌를 공업용 절단기로 끊고 잠적했다.
 
잠적 열흘째인 22일 현재까지 검찰이 유씨의 뒤를 쫓고 있지만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한다. 인천지검은 총선 공작 사건과 관련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고, 서울북부지검은 사기 사건에 대한 형집행장을 들고 동시에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
 
검찰에선 “애초에 인천지법이 왜 유씨에 대한 보석을 허가해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씨가 과거 수차례 도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대 초 터진 ‘함바 게이트’와 관련해 2013년 구속 심사를 앞두고 도주했다가 체포된 적 있다. 지난해 9월에도 총선 공작 사건 관련 구속 심사를 거부하고 도주했다가 닷새 만에 붙잡혔다. 최근 사기 재판에선 수차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도주 우려를 증폭시켰다.
 
검찰은 유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 해외로 밀출국했을 가능성 등을 열어 놓고 있다. 유씨는 잠적 직전 아내와 동료 함바업자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법원 “전자발찌 관리 못한 법무부, 형집행 미룬 검찰 탓”

유씨 보석을 허가한 인천지법은 법무부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전자발찌를 통한 감시를 소홀히 해 유씨가 도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잠적 당일 12일 낮 12시쯤 처음 전자발찌 훼손 신호가 잡혔고 오후 3시쯤 두 번째 훼손 신호가 감지되자 법무부가 서울 금천구 독산동 모처에서 훼손된 전자발찌를 수거했다고 한다. 첫 번째 훼손 신호 직후 바로 현장에 출동했다면 유씨의 잠적을 막을 수 있지 않았냐는 비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첫 번째 훼손 신호가 잡혔을 때 유씨가 허가된 이동경로(집·병원 등) 안에 있었고 전화를 걸어봤는데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 즉시 출동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더욱이 유씨는 보호관찰 대상이 아닌 보석 피고인이었다”라고 해명했다.
 
법원에선 형집행을 지체한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씨의 사기죄 실형이 확정됐는데도 열흘 넘게 형집행을 미룬 탓에 잠적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대검찰청은 유씨가 사기죄로 실형을 확정받은(상고기각 결정) 지 열흘이 지난 이달 9일이 돼서야 북부지검에 형집행 촉탁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6월 29일 상고 기각 결정 이후 7월 2일 당사자에게 결정문이 송달되었고 법원이 이를 검찰에 통지하는 절차가 없으므로 송달 여부 파악에 시간이 걸렸다”며 “형 집행 촉탁 이후 막 집행에 들어가려고 하던 도중 유씨가 잠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형 집행을 미룬 적은 없다는 반박이다.
 
경찰의 소극적인 움직임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유씨 측근의 신고를 받고 서울 송파경찰서도 추적에 나섰지만 현재는 손을 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추적 중이어서 우리는 일단 종결한 상태다”라며 “법무부나 검찰의 공조 요청이 오면 다시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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