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고문] 윤인모의 리셋 한국의료

중앙일보 2021.07.22 11:40
프랑스의 요리 중에 삶은 개구리 요리(Grenuille) 가 있다. 이는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15도씨부터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삶아지면서 요리가 된다.
 
미국의 어느 교수는 실험을 통해서 개구리가 탈출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개구리 체내의 위험 감지 기관은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반응하지만 서서히 발생하는 경우에는 대응할 수 없는 구조라고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적 진위를 넘어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ing frog syndrome)’이라는 사회학적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간단한 결론이지만 한국의료제도에는 무거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의료제도의 변화 경고 사인이 감지된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자극에 대처하지 못하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ing frog syndrome)’에 빠진 듯하다.
 
2002년 1월 세계보건기구는 연례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의료접근성, 환자 만족도, 소득수준 대비 의료 서비스 제공, GDP 대비 1인당 의료비용 등을 비교하여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191개국에서 58위를 기록하였다. 이후 자랑스럽지 못한 평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였다. 기준은 OECD 헬스데이터 였다. OECD 평균보다 우수한가가 늘 관심사였고 OECD 평균보다 낮으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오늘날, COVID-19 계기로 재조명된 대한민국 의료의 우수한 성적표는 한국인의 자부심을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핑크빛이 지속적으로 이어 갈수 있을까.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의료비 증가율 관리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부분에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0 이후 10년간 평균 GDP 성장률 (3.31%)에 두 배가 넘는 급속한 의료비 증가율( 6.78%)은 매우 심각하다. 한국은 현재 주요국 중에서는 가장 높은 의료비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의료 질 보고서(2017) -한국(6.8%), 영국(1.7%), 프랑스(1.1%))
 
그러나 더욱 심각한 위험은 현재 구조에서의 의료비 증가율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데 전문가들 이견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조적 약점을 등한시 하고 오랫동안 걷고 나누는 일에 집중한 결과이다.
 
급격한 의료비 증가율의 속도의 위험함은 일찍이 감지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이 국민 관심 밖에 있었던 이유는 한국의 의료비가 OECD 평균 이하라는 사실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비 증가의 이슈로 위험성이 부각되면 여전히 평균이하 라는 안심메시지도 동시에 전달되며 국민의 관심을 무디게 만들었다. 결국 해결실행은 다음 세대로 넘겨짐이 반복됐다.
 
지난 10년간의 손을 아예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헌법재판소의 판결(2002년, 2014년)과 배치되는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의료비 상승 억제를 위한 제도도 시행하였다.
 
2018년부터 예비 급여 약 3800개 건강보험 급여 포함, 선택진료 폐지, 상급병실 보험 적용,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등의 보험 적용 추진, 신 포괄 수가 제 대폭 확대를 통해서 행위별 수가 제를 점차적으로 감소 유도하려 하고 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의료비 증가의 가속화는 당연시 되고 있다
 
의도와 정성은 이해한다. 그러나 제도의 다년간 성적표를 보면 개구리의 탈출을 돕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현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의료비 상승은 지난 여러 정부의 구조적 문제를 등한시한 누적의 결과이다.
 
아직까지는 OECD 평균 보다 낮다는 안심 속에 국민적 관심을 못 받는 동안 누적된 급속한 의료비 증가의 문제점은 올해부터 체감온도가 바뀔 듯하다. 2021년은 한국의료비가 OECD 평균을 넘어가는 원년이 될듯하다.
 
GDP 대비 의료비가 18년 7.6%, 19년 8.2% 이어 20년 8.6%(추정) 21년에는 9.0% 가 될 전망이다. (OECD평균 8.8% (2018)) 아마도 지난해가 OECD평균 의료비보다  낮은 마지막해가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고용, 연금 등 다양한 복지 부분의 개혁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의료복지제도도 예외는 아니다.
 
더 큰 리스크는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의료비가 올라가면 이는 복지의 가장 중요한 축이 흔들린다. 현재의 부동산의 문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미국정부가 부동산과 의료를 다루는 태도와 수준의 격이 다름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제 냄비는 끓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탈출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른 지엽적 문제 해결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신 미래를 위해 의료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할 시기이다.
 
글쓴이__윤인모 – 가톨릭의대 예방의학 외래교수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