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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체된 정의’ 김경수 유죄…집권 세력 사과해야

중앙일보 2021.07.22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유죄 확정' 김경수 지사 입장 표명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도청 입구에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유죄 확정' 김경수 지사 입장 표명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도청 입구에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연루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어제 유죄를 확정했다. 김 지사가 인터넷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등의 운영자인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2017년 대선 전후 댓글 118만800여 개에 8840만여 회 신호를 보내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또 김씨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데 대해선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각종 활동에 대한 보답 내지 대가”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김 지사 댓글 조작 공모했다 판단
허 특검 “여론 조작 단죄, 공정선거 경종”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 조작은 공론의 장을 허무는 행위다. 특히 선거 국면에선 민주주의 파괴라고도 볼 수 있다. 재판부(2심)의 “정치인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판단에 깊이 공감한다. 앞서 법원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도 엄벌했었다. 여권 일각에선 개인이 한 일로 치부하지만, 국정원 댓글(41만 회)의 200배가 넘는 규모였다. 국정원 여론 조작을 비판하며 집권한 세력이 대규모 조작을 해놓고 그리 변명하기엔 낯 뜨거운 일이다.
 
이제라도 나와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이제야 나왔나 싶은 판결이기도 하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란 측면에서다. 2018년 1월 사건이 불거진 이래 검경이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고, 허익범 특검이 출범했으나 청와대와 여권의 견제 때문에 60일 만에 수사를 끝내야 했다. 유죄를 선고한 1심 판사는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수모를 받다가 결국 ‘적폐 판사’로 몰려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무려 1년10개월 만인 지난해 11월에야 판단을 했다. 총선 직전 재판부가 교체된 탓이 컸다. 이로 인해 상고심도 늦어졌다. 드루킹 김씨가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시차다. 결과적으로 총선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올 4·7 보궐선거 지역에서 경남지사는 빠졌다. 김 지사가 그만큼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줬다. 반면에 유권자들의 알 권리와 투표할 권리는 침해한 셈이 됐다.
실체가 다 밝혀진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허익범 특검에겐 대선 캠프의 어느 선까지 댓글 조작에 관여했는지 밝혀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걸 보면서 우리 사회가 내 편 네 편 가르는 차별적 법치주의의 위기로 내몰린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이 어제 “결국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것”(윤석열 전 검찰총장), “여론 조작의 최대 피해자(당시 대선 후보)였던 나나 안철수 후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최소한의 조치로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란 반응을 내놓았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 문재인 당시 의원이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수혜자”라고 단언했던 만큼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고 요구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를 숙일 때가 됐다. 더는 무리한 논리와 기교로 대안 현실을 만들어내고 진영을 동원하는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 어제 청와대가 침묵하고 여권 주자들은 유감을 피력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 판결은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 조작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한 행위에 대한 단죄이자 앞으로 선거를 치르는 분들이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란 허 특검의 고언을 정치권이 깊이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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