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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즉시연금 소송’ 1심은 가입자 손 들어줬다

중앙일보 2021.07.22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삼성생명의 즉시연금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덜 받았다며 낸 소송의 1심 재판에서 가입자들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관용 부장판사)는 21일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낸 미지급 연금액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삼성생명이 보험 가입자에게 연금액 산출 방법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법원 “연금액 산출법 설명 안했다”
삼성생명에 미지급금 지급 판결
한화 850억, 교보도 700억원 걸려
삼성 “내용 검토 뒤 입장 정할 것”

금융감독원이 2018년 파악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4300억원(가입자 5만5000명)으로 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은 850억원, 교보생명은 700억원이었다. 이 중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금액은 4000억원(5만명)이라고 삼성생명은 설명했다.
 
금감원이 추정한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

금감원이 추정한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내면 다음달부터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이 가입한 상품은 일정 기간 연금을 받아간 뒤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는 방식(상속만기형)이었다.
 
보험상품은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이 은행 예금과 크게 다르다. 예컨대 고객이 은행에 100만원을 맡겼다면 은행은 원금 전액에 대해 이자를 더한다. 하지만 보험사는 원금 100만원에서 사업비(설계사 수당 등) 같은 비용을 뺀 금액을 고객의 몫으로 보고 이자를 계산한다.
 
그런데 즉시연금은 보험사가 만기에 원금(만기환급금)을 돌려줘야 한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매달 지급하는 연금액(이자)에서 조금씩 돈을 뗀 뒤 이 돈을 모아 만기에 지급하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이런 사실을 보험사가 고객에게 제대로 알려줬느냐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고객들은 삼성생명이 별다른 설명 없이 가입 당시에 약속한 것보다 적은 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7년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돌려주라고 보험사에 권고했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고객들은 2018년 10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삼성생명은 “연금 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는 표현이 약관에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출방법서에 연금월액 계산식이 들어 있으니 약관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원고들에게 일부 금액을 떼어 놓는다는 점을 특정해서 설명하고 명시해야 설명·명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내용이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미래에셋·동양·교보생명 등 다른 보험사의 즉시연금 관련 소송에서도 대부분 고객의 손을 들어줬다. 비슷한 소송에서 보험사가 승소한 사례는 지난해 9월 NH농협생명이 유일하다. 다만 농협생명은 다른 보험사와 달리 만기환급금 적립을 위해 연금액을 차감한다는 설명을 약관에 포함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판결에 대해 “판결문을 받아본 뒤 내용을 면밀히 살펴 공식 입장을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동양·교보생명 등도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삼성생명은 이번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다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입자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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