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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이어 경남 무너졌다…김경수 판결로 적신호 켜진 민주당

중앙일보 2021.07.21 18:19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징역 2년형이 대법원에서 21일 확정되면서 171석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 전략에 적색 불이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와 함께 인터넷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대법원 판결로 공인되면서다. 
 
이번 판결로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을 비판하면서 같은 시기 인터넷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내로남불’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으로,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챙기며 대변인 역할을 했다.
 
‘드루킹’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반드시 제자리로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드루킹’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반드시 제자리로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판결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관련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야당은 곧장 문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했다. 야권에선 “결국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것”(윤석열 전 검찰총장), “‘드루킹’ 사건의 사실상 최대 수혜자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원희룡 제주지사)란 주장과 함께, 문 대통령 사과 요구가 이어졌다.
 
반면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김 지사의 선고 결과를 가지고 지난 대선을 불법 선거로 규정하고 정부의 정통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소영 대변인)이라고 반박했다. 정권 정당성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지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청와대의 입장은 없다”고 답했다.
 

낙동강 벨트 붕괴…2022년 대선·지방선거 ‘적신호’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도청 입구에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도청 입구에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는 이날 판결로 경남지사직도 상실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최초로 경남지사에 당선된 지 3년여 만이다. 이로써 민주당 동진(東進)의 전략적 교두보였던 PK(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3명 가운데 2명이 사라졌다. 부산시장은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후 지난 4·7 재·보선에서 야당으로 넘어갔고, 그나마 하나 남은 송철호 울산시장도 ‘선거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민주당 입장에서 다음 대선을 불과 7개월여 앞둔 시점에 서울·부산시장에 이어 경남지사까지 잃은 건 타격이 작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선 같이 큰 선거에서 우리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있느냐 없느냐는 정말로 큰 차이가 난다”며 “특히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잇따라 불미스러운 사유로 낙마하면서 역풍이 불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집권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과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의 우위를 바탕으로 PK에서 선전하는 방식으로 승리했지만, 이제 PK 선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PK 전체 민심의 무게추가 정권교체 쪽으로 쏠리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선 국면에서 김두관·이재명 후보가 영남 후보론을 강조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상황에서 해당 지역 민심이 얼마나 반응할진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경수 “진실은 바뀔 수 없어”…‘재판 불복’ 프레임 우려도

 
재판 결과에 대해 당사자인 김 지사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김 지사는 이날 재판 직후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를 부득이하게 여기서 멈춘다 해도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그 최종 판단은 이제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입장 표명 이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등엔 “김 지사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됐는데, 그동안 180석 갖고 뭐했냐”는 지지자의 항의 글이 적지 않았고, 일부 정치인들이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친문 성향 김종민 의원은 “우리의 사법 시스템이 온전히 진실을 향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밝혔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드루킹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유죄를 판단한 것은 증거 우선주의 법 원칙의 위배”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다음달인 2019년 2월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 모습. 당시 이재정, 박주민 의원과 김용민 변호사(현재는 민주당 의원)는 1심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김 지사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김 지사의 징역 2년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변선구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다음달인 2019년 2월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 모습. 당시 이재정, 박주민 의원과 김용민 변호사(현재는 민주당 의원)는 1심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김 지사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김 지사의 징역 2년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변선구 기자

당 일각에선 당내 반발이 자칫 사법부와 여당의 정면 대결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2019년 1월 김 지사의 법정구속 직후에도 당 지도부가 1심 재판을 ‘사법부 적폐 판사들의 보복 판결’로 규정하고 법관 탄핵을 추진했다가 ‘재판 불복’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대선에 악영향을 줄 거란 의견이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당이 한명숙 전 총리 유죄 판결을 ‘모해위증 사건’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 재판도 진행 중이다. 자칫 상황을 잘못 관리하면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재판 불복’ 프레임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사법농단 수사 이후 법원 수뇌부 구성 변화 등 사법부 내 권력 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과도한 사법 불신 주장은 자칫 누워서 침뱉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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