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확진자 매일 보는 우리도 백신 안줬다” 어느 군의관의 분노

중앙일보 2021.07.21 17:34
지난 6월 7일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부대 내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에서 백신접종에 앞서 군의관 검진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지난 6월 7일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부대 내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에서 백신접종에 앞서 군의관 검진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군 의료인력도 청해부대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현직 군의관인 A씨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사태를 지켜보며 21일 이렇게 말했다. 국내 군의관들이 처한 위험 역시 청해부대의 사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A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연락드린다”며 중앙일보에 직접 e메일을 보내왔다.

 

“일부 군의관, 백신 못 맞고 코로나19 업무 투입”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의 장갑낀 손이 땀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보건소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의 장갑낀 손이 땀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A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방부 예하 군 병원에 일부 군의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못 하고 생활치료센터 등 코로나19 관련 업무 파견에 나가거나 군 병원 선별진료소 근무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사정은 이렇다. 
 
군의관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어 나이가 대부분 30세 이상이다. 지난 3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군의관·간호장교 등 군 의무인력 2400명은 우선 접종을 했다. 나이에 따라 원래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였던 이들 가운데 A씨를 포함한 일부 군 의료진은 외래·수술 등 각종 진료와 당직·휴가 등 사정으로 AZ 백신 접종을 미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접종을 못 한 군의관이 반 이상”이라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런 와중에 이달 1일 정부가 AZ 백신 접종 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가 제기되면서 접종 연령을 기존 3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올렸다. 화이자 백신을 1차로 맞고 싶어도 해당 백신은 30세 미만이 접종 대상이다. 30세 이상은 2차 접종자여야 한다. 따라서 ‘30세 이상 군의관’이 1차로 맞을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軍, 청해부대 사태처럼 무책임”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A씨는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질병관리청이 국방부에 군의관을 각 지역 생활치료센터와 예방접종 센터로 파견해달라 요청했다”며 “당장 파견을 앞둔 군의관들이 파견 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원해도 백신을 맞지 못하고 방역 최전선으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를 놓친 군의관들에 대한 구제 방법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국방부 측은 “군 자체 코로나19 예방접종 기간 중 부득이한 사유로 접종하지 못한 대상자는 질병청의 코로나19 접종계획에 따라 일반인 연령별 자격에 맞게 접종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일선에 내려보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접종 시기를 놓친 군의관은 접종을 원하더라도 전 국민 연령대별 접종 시기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방부가 설명한 ‘부득이한 사유’에는 ▶군 접종 기간 이후 신규임용(선발)자 ▶해외파병·해외출장 등 군 접종 기간 중 공적 업무 ▶건강·경조사·휴직 등 군 접종 기간 중 부득이한 개인 사유 등이 포함된다. 

 
A씨는 “백신도 못 맞고 확진자 대면 업무를 하던 군의관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집단감염으로 퍼질 우려가 얼마든지 있다”며 “질병청의 전 국민 연령대별 접종을 기다리라고 하면 당장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는 군의관은 어떡하나. 국가 공공 임무를 수행하는 군의관을 국가가 지켜줄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이어 “국가 감염병 중대 상황에서 코로나19 업무를 보는 군 인력에 백신 접종 기회를 왜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청해부대 같은 (군 당국의) 무책임한 처사라 생각한다.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놓인 군의관에 대한 군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