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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北 응답 오래 안 걸리길"…한·미·일 외교차관 4년 만에 한자리

중앙일보 2021.07.21 17:31
웸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21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화 제안에 응답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셔먼 부장관은 '인내심'을 강조하면서도 "오래 걸리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북한의 조속한 응답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웸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21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화 제안에 응답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셔먼 부장관은 '인내심'을 강조하면서도 "오래 걸리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북한의 조속한 응답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21일 “북한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이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어느 정도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외교적 관여를 위해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기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일본 도쿄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개최
북핵 대응 위한 한·미·일 3국 협력 논의
웬디 셔먼 "북한 긍정적 반응 기대"
보도자료에 드러난 한-미·일 시각차


셔먼 부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고 그들(북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셔먼 부장관은 북한의 응답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1999년 5월 당시 국무부 자문관이었던 셔먼 부장관이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과 북한을 방문했으나, 북한 측의 미국 방문은 1년 5개월 뒤인 2000년 10월이 되어서야 이뤄진 점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측의 답방이 대선 직전에야 이뤄지며 북·미 관계 진전 노력이 별다른 동력을 얻지 못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셔먼 부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 “90년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말도 남겼다. 정확히 90년대의 어떤 상황을 의미하지는 부연하지 않았다. 다만 94년에 북한의 핵 개발 중단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등을 약속한 북·미 간 제네바 합의가 타결됐으나 이후 북한이 재차 핵무기 개발에 나서며 합의가 파기됐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4년 만에 모인 한·미·일 외교차관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왼쪽부터),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1일 오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왼쪽부터),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1일 오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셔먼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한 이날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는 2017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에 3국 외교차관이 대면하는 자리였다.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개최된 시점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되고, 이튿날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서 양국이 위안부·강제징용 피해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재확인한 직후였다. 특히 한·일 외교차관 회담은 기념사진 촬영을 하며 악수조차 나누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한층 싸늘해진 한·일 관계가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및 3국 공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일 갈등 의식한 듯 "긍정적 방향으로 갈 것"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협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에서 논의된 의제에 대해선 "북한 문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협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에서 논의된 의제에 대해선 "북한 문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최 차관은 협의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간, 특히 한·일 간 협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의회에선 북핵 문제를 둘러싼 3국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차관은 “북한 문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며 “문제 인식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일치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긴 게임”이라며 “그것을 위해서는 한·미·일의 전략적 공조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한 한·미 보도자료는 각기 강조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국 외교부는 6문장 분량의 짧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려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무부 보도자료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이 가하는 위협"을 명시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 필요성만 강조했다. 대북 대화나 외교적 접근을 위한 노력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韓 자료에 또 빠진 '중국 견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왼쪽부터),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연합뉴스]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왼쪽부터),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연합뉴스]

중국과 관련해서도 국무부 보도자료엔 “동중국해의 현상 유지에 도전을 가하는 어떤 일방적 시도도 반대한다”“남중국해와 그 주변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포함,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국제법을 준수키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보전"도 포함했다. 중국이 예민해하는 이슈들을 거론하며 한·미·일 3국이 공조 방안을 논의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일본 외무성 역시 보도자료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한국 측 자료에는 중국 관련 내용이 일체 담기지 않았다.  
 
국무부는 "3국은 자유 및 인권 수호, 법치 존중이라는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 안보,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 원칙과 가치를 강조하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표현,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 보도자료에는 이런 원칙적 내용조차 없었다.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이 3국 공동의 이익이라는 공감대 하에 역내 관여를 위한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고만 돼 있었다. 인권 등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드러내는 중국 측을 고려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중시하기 위한 한·미 공동의 노력은 이미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에 전혀 넣지 않으면서 한국 측이 한·미·일 3국 공조를 재확인하는 자리에서까지 지나치게 중국을 의식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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