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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잡은 범’ 허익범···특검팀은 아예 포렌식 자격증 땄다

중앙일보 2021.07.21 16:57
‘친문(親文)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포털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2018년 6월 허익범(62·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이 출범 1120일 만에 받아낸 결론이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에 대해 2017년 대선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받은 건 특검을 추천한 야당도 놀란 결과였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허 특검은 2018년 6월 4일 야3당이 임정혁(65·연수원 16기) 전 대검 차장과 함께 특검 후보로 추천할 당시 비교적 무명 인사였다. 그는 인천지검 공안부장, 서울고검 검사를 거쳐 2007년 검찰을 떠난 변호사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허 특검을 임명하자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드루킹 수사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대변인 출신 여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였기 때문이다. 
 
허 특검은 출범 첫날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수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60일, 2년간 벌어진 ‘드루킹 댓글 조작’의 실체를 밝혀내기에는 촉박했다. 수사 기간인 2018년 7~8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투신 ▶경남도청 도지사실 및 관사 압수수색영장 기각 ▶도두형 변호사 및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 악재도 덮쳤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2018년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 투신사망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2018년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 투신사망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그는 하지만 특검팀 사무실 칠판에 ‘By Failing to prepare, thats preparing to fail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격언을 적었다.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했지만 성공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수사기간 60일’ 사람 아닌 증거로 승부 갈랐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사 중반까지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의 진술 외로 결정적 물증을 찾지 못했다. 사전 경찰 수사단계에서 압수수색 전 이미 시연회 당일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구동한 휴대전화는 파기됐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대신 디지털포렌식 팀 전원을 투입해 네이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시연회 당일의 로그기록을 모두 살폈다. 그러던 중 경공모 핵심 회원인 ‘둘리’ 우모씨가 관리하던 아이디 3개의 로그기록을 찾아냈다. 기록을 확인한 시점은 2018년 8월 16일. 특검팀 수사 종료를 9일 앞둔 날이었다.
 
김경수 사건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김경수 사건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2심은 특검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관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2심 선거법 뒤집자 상고심 중에도 포렌식

재판 과정에서 뜻밖의 변수도 찾아왔다.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달리 2심에서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가 나왔다.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이 6·13 지방선거에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특검팀은 8차례에 걸쳐 1000쪽 분량에 달하는 상고이유서 및 반박의견서를 내며 상고심 대비에 들어갔다.
 
“킹크랩 시연회를 보지 않았다”는 김 지사 측 주장에 상고심 선고가 나기 전까지 디지털포렌식 작업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허 특검을 포함한 특검팀은 지난 5월 15일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2급 필기시험에 응시했고 전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시험에 응시한 이유에 대해 허 특검은 “내가 잘 알아야 상대방 말에 바로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법 선거법 법리오해 인정…무죄는 유지 

대법원은 결국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여 선거법 위반에 관한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선거운동 대상인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특정될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관련 이익 제공을 한 경우 선거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김 지사의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이 공소시효가 지난 대선이 아니라 지방선거의 대가라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그대로 확정했다.
 
허 특검은 대법원 선고 후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한 사실을 대선의 대가로 평가한 것은 아쉽지만 처벌조항 해석에 대해 원심을 수정해 법 취지를 반영한 것은 특기할만하다”며 “증거가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건 외부적으로 험악하고 내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 수행한 특별수사관팀 등의 헌신과 열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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