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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시에서 학과마다 '권장과목' 지정…타 대학 확산될듯

중앙일보 2021.07.21 15:30
지난달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가 현재 고1이 대입을 치르는 2024학년도 입시 전형부터 지원 학과마다 고교에서 이수를 권하는 권장과목을 지정한다. 또 수능 과학탐구Ⅱ 과목을 응시하지 않아도 지원 가능하도록 함에 따라 상위권 경쟁 구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에서는 이러한 서울대의 전형안이 다른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2024학년도부터 학과별 권장과목 지정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가 20일 발표한 '2024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 예고사항’의 핵심은 2024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과목'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각 학과마다 '핵심 권장과목'과 '권장과목'을 정해놓고, 고교에서 이 과목을 들은 학생을 우대한다는 내용이다.
 
권장과목 지정은 대체로 이공계 학과에 집중됐다. 예를 들어 식물생산과학부는 생명과학Ⅱ를, 전기·정보공학부는 물리학Ⅱ·미적분을 핵심 권장과목으로 정했다. 이공계열이 아닌 일부 학과도 권장과목이 지정됐다. 경제학과는 미적분과 확률과통계를, 지리교육과는 한국·세계·여행지리를 권장과목으로 지정했다.
 
권장과목을 고교에서 이수하지 않아도 각 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응시 여부를 수시 서류평가와 정시 교과평가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필수화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고려하면 서울대 합격을 위해 권장과목을 꼭 응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입시 전문가 "학과에 맞춰 응시 전략 짜야"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대처럼 학과마다 권장과목을 정해 우대하는 대학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이외 대학들도 2024학년도 입시부터 지원 학과별 응시 과목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 담당자는 "입학 후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필요한 과목이 있다"며 "주요 서울권 대학들은 필수 응시과목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지원 학과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권장과목을 지정하는 대학이 많아지면 수강하는 과목을 고를 때도 지원 학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학습량이 많은 과학탐구 II 과목 같은 경우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학들이 지정한 과목을 배울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공부한 학생이나 검정고시생, 해당 과목이 학교에 마련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서울대 측은 "학생이 수학하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현황이나 운영 여건이 다양함을 알고 이를 평가에 고려한다"며 "권장과목을 미이수해도, 학생이 이수한 다양한 선택과목 내용에 나타나는 적극성과 충실성을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과학탐구 II 응시 조건 폐지…상위권 입시에 영향

서울대 2024학년도 전형안 예고에 포함된 '수능 과학탐구 과목 응시 조합 유형에 따른 조정점수' 표. [표 서울대]

서울대 2024학년도 전형안 예고에 포함된 '수능 과학탐구 과목 응시 조합 유형에 따른 조정점수' 표. [표 서울대]

심화 과목인 과학탐구 영역Ⅱ 과목(생명과학·화학·물리·지구과학Ⅱ)을 응시하지 않은 학생도 지원할 수 있는 점도 상위권 입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대는 과학탐구 영역Ⅰ 과목만 응시해서는 지원할 수 없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Ⅱ과목을 보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게 한 건 타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최상위권 학생을 붙잡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Ⅱ과목을 보는 학생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전형을 바꿀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는 과학탐구Ⅱ과목 응시자 감소를 막기 위해 정시에서 조정점수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Ⅰ과목과 Ⅱ과목을 하나씩 응시한 학생에겐 조정점수 3점을 주고, Ⅱ과목만 두개 응시하면 5점을 주는 식으로 심화 과목 선택자를 우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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