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지자’아닌 ‘독자’가 책 읽어야. 정치인 팬덤이 출간 러시 불렀다”

중앙일보 2021.07.21 12:05
출판사 '천년의 상상' 선완규 대표. [사진 선완규 제공]

출판사 '천년의 상상' 선완규 대표. [사진 선완규 제공]

 
‘조국 백서’로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은 지난해 8월 초 나왔다. 같은 달 25일 나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조국 흑서’를 자처하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이슈를 정리했다.

정치비판서 연이어 낸 '천년의 상상' 선완규 대표
'조국 흑서' 이후 『무법의 시간』기획해 출간

 
올해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5월 31일 조 전 장관이 『조국의 시간』(한길사)을 내자 이달 5일 권경애 변호사가 『무법의 시간』으로 맞대응했다. 권 변호사는 ‘조국 흑서’의 저자 5인 중 하나였다. 본래 검찰 개혁과 조 전 장관 임명을 지지했지만 결국엔 사법 체계를 부정하는 파시즘적 행태를 목도했다는 내용이다. 
 
‘조국 흑서’와 『무법의 시간』은 출판사 ‘천년의 상상’이 냈다. 대표 포함 직원 4명인 8년 된 출판사. 조 전 장관 사건으로 시작된 정치 비평서의 최전선에 있다. 선완규(55) 대표는 “우리는 원래 인문서 출판사”라며 “곧 다시 본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조국 흑서’의 다섯 저자(강양구, 권경애, 김경율, 서민, 진중권)의 개인 저작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책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를 출간했다.
 
정치 비평서를 내게 된 연결 고리는 진중권이었다. 선 대표는 1993년 갓 입사한 출판사 새길에서 대학원생이던 진중권의『미학 오디세이』에 편집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이후 출판사 휴머니스트를 거쳐 독립한 지금까지 『진중권의 서양미술사』세 권, 『이미지 인문학』 두 권 등 진중권의 책을 출간했다. “미학자의 미학 관련 책을 만들었고, 그의 사회·정치 비평서는 내가 굳이할 필요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던 그가 ‘조국 흑서’를 기획했다. “2019년 9월 웬만해서는 나를 안 찾는 진중권 선생이 갑자기 전화해 만나자 했다.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된 것 같다고 너무 고민이 된다며.” 선 대표는 “이 사안에 비판적인 세 명, 즉 진중권, 김경율 회계사, 서민 교수를 모아봐야겠다 결심했다. 이러다 출판사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결국 결심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권경애 변호사, 강양구 기자까지 5인의 대담을 정리한 결과가 ‘조국 흑서’다. 그는 “주관적 신념, 감정에 흔들리는 사회를 보면서 의무감이 강해졌다”고 했다.
 
‘조국 흑서’는 1년동안 10만부 팔렸다. 『무법의 시간』은 이달 20일 기준 1만부 인쇄했다. 반면 『조국의 시간』한 달에 30만부를 판매했다고 발표됐다. 선 대표는 “‘조국 백서’나 『조국의 시간』구매자는 독자라기보다 지지층이다. 반면 이쪽 저자들은 지지층이나 팬덤이 없다. 그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고 비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책들에 대해서도 "위인전만 있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그의 비전을 담은 책이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선 대표는 “30년 가까이 책을 만들었지만 정치인 책이 이렇게 많은 시절은 처음”이라며 “정치판 자체가 팬덤 정치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출판 미디어는 천천히 평가받는다. 판매량이 아니라, 내용에 대해 최소 1년 이상 논의가 된 후 진정성이 가려지게 된다”고 했다.  
 
이달 낸『무법의 시간』은 본래 2019년의 조국, 2020년의 추미애 전 장관을 다루는 기획이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책이 5월 말 나오면서 급하게 2019년 부분만 떼어냈고 제목도 조 전 장관의 책과 대구를 이루게 했다. 추 전 장관에 대한 부분도 준비 중이다. 선 대표는 “책은 오랫동안 천천히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