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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의 왕자 레오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2021.07.20 17:33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코트의 왕자 레오가 돌아왔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31·쿠바·등록명 레오)가 OK금융그룹을 챔피언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레오는 지난 2일 입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팀 훈련에 합류했다. 20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금융그룹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레오는 여유가 넘쳤다.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섹시" "핸섬" "마초"를 외치며 몰입했다. 2013년 삼성화재에 막 입단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레오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78㎏이었고, 마지막 시즌(14~15)엔 92㎏까지 늘어났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몸이 좋아졌다. 여러 리그(터키, 레바논, 중국, UAE)를 거치면서 경험도 쌓였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행운이 오라는 의미로 머리를 짧게 깎아 아이 같은 모습이 있었다. 지금은 좀 더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수염을 기르게 됐다"고 웃었다. 레오는 "나는 공을 때리는 걸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많이 때릴 수 있어 좋다. 그런 점을 잘 알아서 웨이트트레이닝도 예전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한국에 오기 전 레오는 UAE 리그 알 자지라에서 뛰면서 팀을 에미레이트컵 결승까지 올려놨다. 이번 주부터 볼 훈련을 시작한 레오는 "5월에 치른 경기가 마지막이고 휴식을 취했다. 자가격리 기간 운동을 꾸준히 해서 몸 상태는 좋다. 다만 배구 감각은 공을 안 만진지 오래되서 50% 정도"라고 설명했다.
 
쿠바 대표 출신 레오는 12~13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V리그를 지배했다. 2년 연속 득점·공격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뛴 3년 내내 정규시즌 MVP를 독식했고, 삼성화재는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차지했다. 챔프전 MVP도 두 번이나 받았다.레오의 강점은 '토털 패키지'라는 것이다. 그는 공격 뿐 아니라 리시브에도 가담하는 레프트다. 2m6㎝ 장신이지만 유연해 공수에서 모두 뛰어났다. 경기 내내 지치지 않고, 서브를 받아낸 뒤 상대 머리 위에서 스파이크를 꽂았다.
 
그런 레오가 6년 만에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내자 모든 팀이 그에게 주목했다. 11%의 낮은 확률이지만 1순위를 뽑은 OK금융그룹은 만세를 부르며 레오를 지명했다. OK와의 만남은 레오에게도 행운이었다. 석진욱 감독과는 삼성에서 함께 뛰었고, 삼성 시절 통역이며 스페인어도 할 줄 아는 남균탁씨도 있기 때문이다.
 
레오는 "매우 기분좋았다. 최근 V리그에 재능있고, 젊은 선수들이 많이 오는데 1순위라는 건 기쁜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에서 OK에게 진 기억이 있지만, 이 팀에서 뛰게 되어 좋다"고 했다. 그는 "석 감독은 당시 선수였지만 코치처럼 내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같은 포지션이라 더욱 통하는 게 많았다. 내 스타일도 잘 안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좋다"고 했다.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OK금융그룹 레오. 용인=임현동 기자

레오는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했다. 훈련 과정을 직접 찍어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을 떠난 뒤에도 한국 팬들이 줄곧 응원해줬다. 나도 한국이 그리웠다. 한국행을 결정하는 것도 그래서 전혀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리그가 변화하고, 진행했는지도 지켜봤다"고 했다.  
 
한국을 떠날 때와 달리 레오는 이제 베테랑이 됐다. 공교롭게도 OK금융그룹은 최근 팀내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다. 석진욱 감독은 레오가 외국인선수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레오는 "삼성에 있을 땐 어려서 팀이 원하는 대로 따라갔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여러 리그를 다녀 경험도 생겼다. 아직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레오는 최고 선수였던 과거의 자신과 싸워야 한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자신감도 있다. 그는 "나는 도전자다. 예전에 MVP를 받고 우승했던 모습을 한국 팬들이 기억하지 않나.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재현하고 싶다. 감독님도 우승 DNA가 있는 분이다. 삼성에서 그랬던 것처럼 OK에서 두 번 캄페오니스(스페인어로 '챔피언')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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