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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文정부, 이른바 역사왜곡 범법화…'정치적 지뢰밭' 발들여"

중앙일보 2021.07.20 16:23
“한국에서 ‘역사 왜곡’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한국의 5·18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논란을 소개했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도 ‘가짜뉴스’ 근절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다.
'제41주년 5·18민중항쟁 민주기사의 날'을 맞은 5월 20일 오후 광주 북구 무등경기장 앞에서 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차량행렬 시위에 앞서 사열을 하고 있다. 민주택시노동조합은 5월20일을 민주기사의 날로 정하고 1997년부터 매년 이날 차량행렬 시위를 재현해 왔다. [뉴스1]

'제41주년 5·18민중항쟁 민주기사의 날'을 맞은 5월 20일 오후 광주 북구 무등경기장 앞에서 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차량행렬 시위에 앞서 사열을 하고 있다. 민주택시노동조합은 5월20일을 민주기사의 날로 정하고 1997년부터 매년 이날 차량행렬 시위를 재현해 왔다. [뉴스1]

 
NYT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은 한국의 민주화 투쟁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면서 “수천 명의 시민이 군사독재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 수백 명이 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이 현재 “교과서에서 신성시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극우주의자들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위한 영웅적 희생이 아닌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선동한 ‘폭동’으로 불린다”며 “이런 음모론이 온라인에서 증폭·확산돼 한국 현대사에 뿌리를 둔 정치적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집권 여당은 광주민주화운동을 포함한 민감한 역사적 주제에 대한 ‘가짜 뉴스(false narratives)’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올 1월부터 시행 중인 이른바 ‘5·18 역사왜곡 처벌법(5·18 특별법)’을 말한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촉발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와 보수 단체 간 논쟁도 소개했다.
NYT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남용해 희생을 모욕해 왔다”는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의 말을 전하며 “이들은 유족을 헐뜯는 가짜뉴스를 처벌하려는 문 대통령의 시도를 환영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가 진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도 했다.   
 
5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가결하고 있다. [뉴스1]

5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가결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문 대통령의 보수 정적들은 “‘대통령이 검열과 역사를 정치적 무기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면서 “우리 주장의 옳고 그름은 자유로운 공개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보수 측 주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사법화 현상을 우려한다”는 한국역사연구회 등 의 5·18 특별법 반대 성명을 소개했다.  
 
NYT는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부른 법안에 대해 “문 대통령은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을 단속해 ‘광주를 역사적으로 정당한 장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면서도 “이른바 ‘역사 왜곡’이라고 규정하는 것들을 범법화함으로써 ‘정치적 지뢰밭’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처럼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과 (표현의 자유) 경계를 둘러싼 논쟁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공통으로 겪는 일이라고 했다. 미국의 인종 차별과 노예 제도를 둘러싼 과거사 논쟁을 사례로 들며 “어떤 메시지를 허용하고 금지할지에 대한 논쟁은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NYT는 미국의 경우 “(가짜뉴스 논란의 초점을) 소셜미디어 기업의 영향력에 맞추고 있다”면서 “좌파는 소셜미디어에서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에 대해, 우파는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두고 싸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칼럼은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소셜미디어에서 허위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지적한 상황에서 나왔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기업에 날을 세웠다. 그러자 페이스북이 “수많은 미국인 사용자가 백신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지 알아내려 페이스북을 사용했다”고 정면 반박하며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갈등이 증폭하자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 후 페이스북 관련 기자 질문에 “내 생각을 정확히 말하자면 페이스북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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