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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유동성·ESG 삼박자 맞았다…상반기 회사채 발행 사상 최대

중앙일보 2021.07.20 16:11
지난달 회사채 발행에 나선 LG화학은 싼값에 두둑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발행액(1조1000억원)의 10배에 가까운 10조원가량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다. 서로 돈을 빌려주겠다며 나선 덕에 금리는 5년 만기물 기준 1.48%로 최초 제시한 금리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LG화학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발행은 지난 2월(8200억원)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상반기에만 ESG채권으로 약 2조원의 재원을 확보했다.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투자에 쓰일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이 회사채 발행으로 110조원의 실탄을 충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낮은 금리와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에 따른 풍부한 투자 수요, ESG 경영을 위한 자금 확보 필요성 등이 맞물린 결과다.
LG화학의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2공장.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와 열 전도율이 구리와 같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신소재다. 지난달 LG화학은 신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태양광 등 사업을 키우기 위해 1조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사진 LG화학]

LG화학의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2공장.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와 열 전도율이 구리와 같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신소재다. 지난달 LG화학은 신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태양광 등 사업을 키우기 위해 1조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사진 LG화학]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110조130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0조7708억원(23.2%)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년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1년 만에 20조원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예년수준의 증가 폭(3조~5조원)과 비교해도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경제학 박사)은 “자본시장 여건이나 투자 심리가 코로나19 쇼크 이후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됐고, 기업들이 지금보다 금리가 더 낮아지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금리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낮은 금리와 풍부한 투자 수요도 회사채 발행 증가를 견인한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1.9%다. 연중 최고치인 지난해 9월(2.29%)과 비교하면 금리가 0.4% 포인트 떨어졌다. 은행 대출보다 직접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 훨씬 저렴한 데다 유상증자처럼 주가가 희석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의 경우 하반기 물량을 미리 당겨썼다고 봐도 되는 수준"이라며 "기업은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국채보다 회사채 투자로 비싼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리 인상이 예정된 하반기에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채 발행 증가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회사채 발행 증가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녹색 채권 늘리는 기업들…투자 수요도 풍부

ESG 열풍도 회사채 흥행에 한몫을 했다. 친환경 미래 먹거리와 기업의 사회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전체 자산의 절반을 ESG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금융지주사들도 ESG 관련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발맞춰 기업도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녹색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중구 신한금융그룹 본사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ESG 추진위원회에서 조용병 회장과 그룹사 CEO들이 친환경 프로젝트 'Zero Carbon ·Zero Fuel(제로카본·제로퓨얼)'을 선언, 피켓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지주]

지난 5월 서울 중구 신한금융그룹 본사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ESG 추진위원회에서 조용병 회장과 그룹사 CEO들이 친환경 프로젝트 'Zero Carbon ·Zero Fuel(제로카본·제로퓨얼)'을 선언, 피켓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지주]

지난 1월 현대오일뱅크는 2000억 규모 녹색 채권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1조3100억원가량의 주문이 들어와 발행 규모를 두배로 늘렸다. 현대제철도 25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에 대한 수요 예측 결과 2조700억원의 자금이 몰려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키웠다.  
 
금융권에서는 기업과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ESG 채권 발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기인 만큼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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