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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접종 예약 먹통 대란…"국민 고생 프로젝트" 조롱까지

중앙일보 2021.07.20 15:30
“대국민 스트레스 유발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정부의 코로나19백신예약시스템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19일 오후 8시 53, 54세 대상 접종 예약이 또다시 먹통 사태를 빚자 인터넷에는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50대는 “8시에 접속했고 2분 지나 연결됐다. 100분 이상 기다려달라고 해서 대기했는데 24분 지나 연결이 되는가 싶더니 시스템 에러더라. 다시 연결하는데 결국 뻑이 났다(먹통 됐다). 국민 고생 프로젝트”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진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화면 캡처

사진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화면 캡처

부모를 대신해 한밤중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한 2030세대의 예약 실패담도 넘친다. “살다 살다 이런 일로 불효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란 자조까지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쪽에선 우회 경로로 예약하는 팁이 나돌고 있다. 50대들은 “자식 없으면 백신도 못 맞겠다”고 얘기한다. 
 
정부는 53, 54세 예약 개시를 한참 앞둔 19일 오전 11시쯤 기자단에 이례적 공지를 하나 했다. 오후 8시부터 진행될 예약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시스템 이용을 중단하고 대대적 점검을 벌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나서 “전문 인력을 상주시켜 오류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우회접속도 차단한다”고 했지만 공언은 자충수가 됐다. 
 
먹통 상황은 지난 12일(55~59세)과 14일(12일 예약 조기종료 따른 예약재개)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이전에 얀센 예약 때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교사 예약 당시에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아무리 대량의 접속자가 몰린다고 해도 세 번씩이나 실수를 반복하는 건 정부의 대처가 그만큼 초보적이었기 때문”(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벌써 책임자 문책과 사과문 발표가 뒤따랐을 일이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이쯤 되면 서버다운은 고의라는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 “백신 물량이 없어 전산으로 장난친다는 느낌”이란 불신까지 퍼지는 마당에 정부 관계자(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란 사람은 “빨리 접종하고 싶은 생각으로(혹시 못맞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에) 일시에 몰리면서 접속 지연이 발생했고 불안함에 다음에도 또 일시에 몰리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말한다. 국민이 극성스럽다고 탓하는 거로 들린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아야 할 이들은 갑자기 화이자를 교차접종하게 됐고, 한시라도 빨리 맞아야 할 60세 이상 고령층 일부는 남들보다 늦은 날짜에 예약했다는 이유로 접종이 뒤로 밀렸다. 50대의 백신 종류, 접종 기간도 줄줄이 조정됐다. 모두 백신 수급 차질에 따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 불안 탓을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현실적으로 다수의 예약 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문제에 대해 기술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게 쉽지는 않아 여러 난제를 겪고 있다”며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공공역량이 안되면 경험이 많은 국내 기업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우진 질병청 시스템관리팀장은 ‘EBS 온라인 클래스는 지난해 서버 다운 당시 대기업의 시스템통합(SI) 업체 도움을 요청해 문제 해결했는데 왜 요청하지 않는지’ 묻자 “보안시설이라 민간인에게 적극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무원이나 공무원의 위탁을 받은 업체에 한해서만 접근한다”고 답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조달청을 통해 외주를 줬을텐데 업체 역량이 달리는 것 아닌가 싶다”며 “돈 주고 시키는 사람도 능력이 없고 불려온 사람도 실력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도입도, 접종 계획도 총체적 난국인 상황에서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문제가 생겨도 두루뭉술 넘어가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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