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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죗값 안치렀다" 성폭행男 불러내 총격…18세 소녀 '피의 복수'

중앙일보 2021.07.20 12:00
과거 자신을 성폭행 한 남성을 살해해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8세 소녀 리스비 다야나 알렌 바발레스. [현지 여성단체 SNS 캡처]

과거 자신을 성폭행 한 남성을 살해해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8세 소녀 리스비 다야나 알렌 바발레스. [현지 여성단체 SNS 캡처]

남미 온두라스에서 18세 소녀가 어릴 때 자신을 학대하고 성폭행한 50대 남성이 마땅한 죗값을 받지 않았다며, 직접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지 여성단체들은 "사건의 본질은 성폭력이고, 이 소녀가 마땅한 일을 했다"고 두둔하며 현지에선 '사적 응징'에 대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단체 '레드 레즈비카 카트라차스' '소모스무차스' 등은 20일(현지시간) "강간범을 쏜 소녀에게 불의가 저질러지고 있다" "소녀는 살인범이 아니라 피해자다" 등 소녀의 처벌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온두라스 채널6·라트리뷰나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이달 초 요로 올란치토의 한 모텔에서 발생했다. 18세 소녀 리스비 다야나 알렌 바발레스가 51세 남성 마틴 아도나이 카르바할 사빌론을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바발레스는 사빌론을 유혹해 이날 오후 6시 50분쯤 한 모텔에 들어섰고, 약 2시간쯤 뒤 방에서 세발의 총성이 울렸다. 모텔 종업원이 방에 들어섰을 때 소녀는 달아난 뒤였고, 알몸의 사빌론이 총상을 입고 침대에 쓰러져 있었다. 시신 옆에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총이 발견됐다.
 
모텔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추적을 통해 같은 날 밤 모텔 인근에 있던 소녀를 체포했다. 검찰은 이 소녀를 살인 및 불법무기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수사도중 소녀의 범행동기가 드러나며 반전이 일어난다. 이 소녀가 미성년자 일때 해당 남성으로부터 학대와 성폭행을 당했고, 이 남성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 
 
소녀는 재판에서 "학대와 성폭행을 당한 뒤 신고했지만, 남자는 제대로 조사를 받지도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며 "방어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공권력이 성폭행범을 처벌하지 못하자 소녀는 자신의 손으로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이 남성을 모텔로 유인해 직접 '피의 복수'를 하기에 이른다. 해당 남성은 소녀가 그를 유혹할 때도 자신이 성폭행했던 소녀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성단체 '레드 레즈비카 카트라차스'는 20일(현지시간) ″강간범을 쏜 소녀에게 불의가 저질러지고 있다″며 소녀의 처벌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포스터 '레드 레즈비카 카트라차스']

여성단체 '레드 레즈비카 카트라차스'는 20일(현지시간) ″강간범을 쏜 소녀에게 불의가 저질러지고 있다″며 소녀의 처벌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포스터 '레드 레즈비카 카트라차스']

 
소녀의 범행동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그에 대한 구명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단체들은 "소녀가 살인범이기에 앞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라며 "이런 배경을 알지 못하면 사건이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중론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유가 어찌 됐든 직접 살인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어릴 적 성폭행의 사실 여부를 먼저 파악하고 감정적인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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