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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英의회도 탈북민 북송 지적했다…"송환땐 사형 우려"

중앙일보 2021.07.20 11:07
북한 문제를 다루는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NK)'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최근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의혹과 관련해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과 중국 외교당국에 해결책 마련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을 중시하는 외교라는 측면에서 미국과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영국이 의회 차원에서 북ㆍ중 인권 문제의 아킬레스건인 탈북민 북송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지난해 9월 방한한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의 모습. 뉴스1.

지난해 9월 방한한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의 모습. 뉴스1.

영국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알튼(David Alton) 경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의원그룹은 랍 장관에게 "지난 14일 탈북민 50명이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송환됐다는 사실에 (영국 정부가)주목하도록 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다"며 "탈북민들의 송환을 2년 가까이 미루던 중국 당국이 북ㆍ중 간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이번 주 송환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영 의회, 외무 장관에 서한...행정부 대응 촉구
"중국서 탈북민 50명 북송...사형ㆍ학대 우려"
"외무장관이 중ㆍ한 대사 면담해야...
중국에 정면으로 문제 제기해야"

 
특히 "송환된 탈북민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감옥에 수감되거나 노동 교화소(labor camp)에 가고, 처형 혹은 학대를 당하다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원들은 이어 "선양, 두만강 일대 여타 수용소에 아직 수백만 명의 탈북민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국 당국이 런던에 있는 주영 중국 대사 및 주영 한국 대사와 면담해 중국 내 탈북민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매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회가 나서서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가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요구인데, 구체적으로 중국과 한국의 대사까지 지목해 이들을 상대로 영국 정부가 상황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하라고 촉구한 것이라 이례적이다. 이는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한·중 모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가도 하다.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NK)'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최근 중국의 탈북민 북송 의혹과 관련해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에게 보낸 서한. 영국 상원의원 데이비드 알튼(David Alton) 홈페이지 캡쳐.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NK)'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최근 중국의 탈북민 북송 의혹과 관련해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에게 보낸 서한. 영국 상원의원 데이비드 알튼(David Alton) 홈페이지 캡쳐.

 
의원들은 "탈북민들은 이미 (탈북 전)북한 내에서 심각한 인권 유린을 포함해 엄청난 슬픔, 고통,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또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은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민들을 강제로 돌려보냈으며, 영국으로 온 수백만 명의 탈북민을 포함해 극소수만 북송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1980년대에 헝가리와 오스트리아가 동독에서 서독으로 가려던 이들에게 국경을 열어준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은 강제북송이 1951년 제네바 난민협약 등에 어긋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지난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 14일 단둥 국경 세관을 통해 선양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탈북자 50여 명을 북한으로 보낸 정황이 포착됐다. 단둥 세관은 그간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닫혀 있다가 이날 하루 열렸다고 한다. 북송된 탈북민 중에는 북한군 병사와 공군 파일럿 출신도 포함됐으며, 돌아가면 극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RFA는 전했다.
 지난 3월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월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영국 의회가 행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의회는 하원 차원에서 지난 4월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 정도로 북한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같은 날 미 국무부도 "대북 문제 접근에 있어서 인권 문제를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탈북민 북송 문제에 있어 대체로 당국의 직접 개입을 삼가는 기조를 이어왔다. 
다만 지난 2019년 11월 베트남에 억류돼 있던 탈북자 13명이 미국 외교관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장소로 피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해 1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WSJ은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반적으로 관련 문제에 앞장섰던 한국 정부가 사건 초기에 적극적으로 탈북민을 돕는 일을 주저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한국 외교부가 이번 사건에 일정 역할을 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보도했다. 이에 외교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선양 수용소 내 탈북민 북송 의혹과 관련해서 통일부는 지난 19일 "확인해 드릴 사항이 없다"며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민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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