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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만큼 예약 경쟁 치열한 '이건희 명품'전 21일 개막

중앙일보 2021.07.20 08:00
 정선, 1751년, 종이에 먹, 79.2x138.0cm 국보 제 216호.[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정선, 1751년, 종이에 먹, 79.2x138.0cm 국보 제 216호.[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단 하루만에 한 달치 예약이 매진됐다. 백신 예약 경쟁만 치열한 게 아니다. '이건희 컬렉션'을 하루라도 빨리 직접 보고 싶어하는 관람객들의 경쟁도 뜨거웠다. 국립중앙박물관(민병찬 관장)과 국립현대미술관(윤범모 관장)에서 여는 전시가 개막 전부터 이토록 달아오른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될 듯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증명품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명작전'
한달치 예약 벌써 매진 사태
명품 수집 '고갱이' 총출동

 
삼성가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고(故) 이건희 회장(1942~2020)의 주요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1일 동시에 개막한다. 고대 유물부터 현대 회화까지 고 이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 중 일부가 일반 관람객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 이촌동 2층 서화실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오는 9월 26일까지 열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소격동 서울관 1층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 명작'을 내년 3월 13일(추후 변동 가능)까지 연다. 문화재·미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명품 컬렉션'이라고 격찬하는 '이건희 컬렉션'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기회다. 
 

국립중앙박물관 77점 공개

지난 4월 28일 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총 9797건, 2만 1600여점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국보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를 비롯해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총 45건, 77점의 유물을 먼저 공개한다. 이번 전시작 중 국보만 12건, 보물도 16건이다.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청동기 시대부터 철기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거의 모든 시기의 유물이 모두 포함된 것도 특징. 청동기시대 토기‧청동기, 금동불, 전적(책)‧사경(베껴 쓴 경전), 청자, 목가구 등 분야도 다양하다.
 

겸재의 '인왕제색도', 단원의  '추성부도'

김홍도, 추성부도,조선 1805년, 종이에 엷은 색, 55.8x214.7cm, 보물 제1393호.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 추성부도,조선 1805년, 종이에 엷은 색, 55.8x214.7cm, 보물 제1393호.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 작품은 단연 ‘인왕제색도’다. 국보 제 216호인 인왕제색도는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 북악산에서 바라본 안개 낀 인왕산을 그린 그림이다. 중국풍 일색의 산수화에서 벗어나 보이는 대로 직접 그린 진경산수화로 가치를 높게 인정받는다.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마지막 그림인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도 이번 전시에 나온다. '추성부도'는 중국의 송시 '추성부' 전문을 쓰고 갈필(거친 붓질)로 가을 산을 그린 그림으로, 단원이 사망하기 전 해에 그린 작품이다.
 

2300년 전 청동기시대 붉은 토기

 붉은 간토기 청동기시대 점토, 높이 13.4 cm[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붉은 간토기 청동기시대 점토, 높이 13.4 cm[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조선 18 세기, 높이 32.5 cm, 보물 제 1390호.[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조선 18 세기, 높이 32.5 cm, 보물 제 1390호.[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이 밖에도 2300년 전인 청동기시대의 ‘붉은 간토기’, 초기 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방울'(국보 제255호)도 공개한다. 조선시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 1390호)와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국보 258호)도 실물로 볼 수 있다.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미를 보여주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15세기 우리말과 훈민정음 표기법을 보여주는 한글 전적들도 나온다. 
 

한국 미술사 거장 34인의 작품 58점 

이중섭, 황소 ,1950 년대 , 종이에 유채 , 26.5x36.7cm..[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황소 ,1950 년대 , 종이에 유채 , 26.5x36.7cm..[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장욱진 (1918-1990), 공기놀이 , 1938, 캔버스에 유채 , 65x80.5cm.[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장욱진 (1918-1990), 공기놀이 , 1938, 캔버스에 유채 , 65x80.5cm.[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에 기증받은 총 1488점 중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인의 주요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인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으로 한국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셈이다. 
 
전시작은 크게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이란 세 가지 주제로 나눴다. 먼저,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은 일제 강점기에 유화 등 서양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며 변화를 모색했던 작가들의 치열한 노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백남순은 이중섭의 스승으로 1920년대에 일찍이 파리 유학을 떠났던 여성화가. 특히 '낙원'은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희귀작이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격동의 시기에 독창적인 작품으로 한국미술의 근간을 이룬 작품들도 대거 공개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등이다. 

 
김환기의 두 대작도 눈길을 끈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당초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 자택의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 제작된 것으로 세로가 281.5㎝, 가로가 567㎝에 달한다. 화면엔 단순화된 나무,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반나의 여인들, 백자 항아리와 학, 사슴, 새장 등 김환기가 즐겨 사용했던 모티브가 총등장한다. 한편 '산울림 19-II-73#307'(1973)은 뉴욕시기 점화 양식의 완성 단계를 보여주는 또다른 대작(세로 264㎝, 가로 213㎝)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후 복구 시기에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모색하며 한국미술을 보다 다채롭게 만든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이다. 천경자가 자신의 큰 며느리를 모델로 그린 여인이 등장하는 '노오란 산책길'(1983), 민속적이고 원색적인 색감이 다채로운 박생광의 '무녀'(1980)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김환기, 산울림 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264x213cm.,환기재단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김환기, 산울림 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264x213cm.,환기재단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사전예약 필수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회차당 30명씩 1시간 관람 가능하며, 매일(월요일 휴관) 총 8회차(수·토요일은 총 11회차)를 운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회차당 20명씩 30분 간격으로, 매일 총 15회차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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