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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이기고 女수영 국대 됐다···도쿄올림픽 '21살의 기적'

중앙일보 2021.07.20 05:00
지난해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낸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케에 선수. AP=연합뉴스

지난해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낸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케에 선수. AP=연합뉴스

 
메달 획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뜨거운 응원을 받는 선수가 있다. 도쿄올림픽 일본 국가대표 수영선수, 이케에 리카코(池江璃花子ㆍ21)다. 한때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던 유망주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꿈의 금빛 물살을 가를 기대에 부풀었던 그에게 백혈병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2018년은 이케에 선수에게 최고의 해였다. 그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수영선수로서는 사상 최초로 6관왕, 여성 선수 최초로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되는 역사를 썼다. 2020년 메달은 따놓은 당상으로 통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전지훈련 중이던 호주에서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고, 귀국 후 검사 결과가 나온뒤 “믿기지 않는다”는 트윗을 남기고 입원했다. 일본선수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국가대표에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백혈병을 이겨낸 선수의 근육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이케에 선수의 올해 훈련. AFP=연합뉴스

백혈병을 이겨낸 선수의 근육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이케에 선수의 올해 훈련. AFP=연합뉴스

 
그의 도쿄올림픽 출전 꿈을 살린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국가대표 선발 등 여러 과정에 그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케에 선수 본인의 피나는 회복 의지가 먼저였다. 그는 입원 중 “백혈병은 치료를 확실히 한다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이라며 “하루라도 더 빨리, 강해진 나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힘내겠다”는 트윗을 올리며 의지를 다졌다.  
 
백혈병과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 그는 올해 초 NHK와 인터뷰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숨쉬는 것만으로 피곤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100m 레인을 56초 08에 접영으로 돌파해내던 그로서는 절망적 상황. 그러나 2019년이 끝날 즈음 그는 고비를 넘겼고, 그해 말 퇴원도 했다. 의사의 OK사인을 받은 지난해 8월,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수영장.  
 
이케에에겐 최고의 한해였던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6관왕에 올랐을 당시의 환한 미소. AP=연합뉴스

이케에에겐 최고의 한해였던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6관왕에 올랐을 당시의 환한 미소. AP=연합뉴스

 
몸은 맘같지 않았다. 투병 중 그의 수영 근육은 죄다 빠져버렸다. 이를 악물고 다시 훈련에 돌입한 그에게 코로나19는 기회였다. 국가대표 자격증이 걸린 일본선수권대회는 팬데믹으로 인해 연기되어 개최됐고, 그는 가까스로 단체전 출전 자격을 따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이케에의 컴백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코로나19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을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본 안팎에서 높아지면서 이케에는 한때 악플 공격의 대상이 됐다. 코로나19로 얼룩진 도쿄올림픽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당국이 이케에를 희망의 상징으로 활용하면서다. 그의 트위터 등엔 “올림픽 취소에 왜 앞장서지 않느냐”는 악플이 쇄도했다. 그러나 그는 “상처가 되는 악플 등은 삼가해달라”는 정도의 메시지만 냈다. FT는 “악플 세례에 대한 이케에 선수의 반응은 품위있었다”며 “결국 이케에 선수의 의지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까지 움직였고 도쿄올림픽이 무사히 열리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 성화를 선보이는 이케에 선수. 백혈병 투병 때문에 머리가 짧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 성화를 선보이는 이케에 선수. 백혈병 투병 때문에 머리가 짧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케에 선수의 메달 획득 가능성은 그러나 크지 않다. 그의 주종목은 100m 접영이지만 아무리 불굴의 의지를 가졌다 해도, 2019년 백혈병을 앓은 직후엔 무리다. 그가 출전하는 단체전은 일본 국가대표팀으로서는 출전에 더 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FT는 “메달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의 출전 그 자체의 의미”라며 “7월 말 그의 출전은 일본 안팎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케에 선수 본인의 기분은 어떨까. 그는 외려 담담하다. 그는 NHK에 “경쟁에 의미를 두기보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나의 성취를 스스로 즐기고 싶다”며 “바닥을 친 사람이 어떻게 다시 떠오를 수 있는지, 그래서 올림픽이라는 목표에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보여준다면 좋은 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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