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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과 정부의 무관심·태만이 청해부대 참사 불렀다

중앙일보 2021.07.20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수송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한 특수임무단이 19일 공군 다목적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수송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한 특수임무단이 19일 공군 다목적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해외 파병 장병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접종하는 게 상식인데도 군 당국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소속 문무대왕함(4400t)이 한국을 떠났던 2월 8일께엔 백신을 구하지 못해 접종하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덴만 현장에서 파병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정부가 백신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먼저 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했어야 했다. 문무대왕함이 활동하던 아덴만 현지 미군과 협조해 백신을 지원받을 수도 있었다. 아덴만 인근 바레인에는 해적 퇴치 활동을 총지휘하는 미 5함대 기지가 있다. 또 지난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라도 요청할 수 있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장병을 위해 55만 명분의 백신을 제공한다고 했다. 군과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었나.
 

승조원 301명 중 247명 코로나 확진
군, 감염 장병과 가족에게 사과해야

실제 내용은 더 심각하다. 청해부대는 파병 중 2∼3주에 한 번씩 오만 살랄라항에 기항해 음식 등 군수품을 선적한다. 그 과정에서 언제든 코로나19에 감염될 소지가 있었다. 더구나 오만은 코로나19 감염률이 한국보다 인구 대비 14배나 높다. 특히 함정 내부의 공기순환 공조 시스템은 평소 통합 운영한다. 그런 구조여서 승조원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비좁은 함정에 순식간에 확산한다. 이런 사례는 지난해 4월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미국 항공모함 4척이 집단감염됐을 때 확인됐다. 우리 군 당국도 관심이 많았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합참은 파병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사태 대응 지침서에 코로나19 등 전염병에 관해선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합참이 청해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사태를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한 것이다. 그 결과 승조원 301명 중 247명(82%), 장교단 30명 가운데 함장을 포함해 29명이 감염됐다. 함정을 운항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번 청해부대 사태는 군 당국이 함정 방역에 무지했거나 오판한 게 아니다. 태만하고 무관심한 결과다. 파병 장병들의 건강을 하늘에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합참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도, 위기의식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합참은 감염된 문무대왕함 승조원을 국내로 이송하는 일명 ‘오아시스 작전’을 국민에게 홍보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단감염으로 함정이 무력화돼 임무를 중단하고 전원 귀국한 사례도 국제사회에서 처음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얼마 전 전방과 해안이 연이어 뚫리고, 최근 공군이 성추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일과 다른 게 무엇인가. 군과 정부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무대왕함에 탔다가 감염돼 고통을 겪고 있는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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