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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디 오픈 저주’ 걸린 루이 우스트이젠

중앙일보 2021.07.20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루이 우스트이젠이 18일 디 오픈 3라운드에서 경기를 마친 뒤 18번 홀 그린을 나오면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루이 우스트이젠이 18일 디 오픈 3라운드에서 경기를 마친 뒤 18번 홀 그린을 나오면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니 사이가 벌어져 별명이 ‘슈렉’인 프로골퍼 루이 우스트이젠(남아공)은 스윙 좋고, 사람 좋은 후덕한 인물이다. 골프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치아를 교정하지 않은 채 애니메이션 속 슈렉처럼 친근한 이미지로 살고 있다. 남아공과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게 취미다.
 

2010년 우승 뒤 2012년 역전패
이후로 PGA투어 우승 못 해
올해 디 오픈도 36홀 최저타 3위

이 슈렉은 11년 전인 2010년, 세이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일곱 타 차로 우승했다. 당시에는 로리 매킬로이보다 우월한, 최고의 스윙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에 수많은 우승을 할 전도양양한 선수로 꼽혔다.
 
가장 중요한 두 골프장,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디 오픈)와 오거스타 내셔널(마스터스)에서 우승한다면 프로 골퍼로서 거의 모든 걸 이루는 것이다. 2012년 우스트이젠에게 기회가 왔다. 행운도 얻었다.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앨버트로스를 했다. 575야드짜리 파 5인 2번 홀에서 내리막 253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홀로 굴러 들어갔다.
 
천둥 같은 환호가 터졌다. 우스트이젠의 승리가 확정된 듯했다. 그러나 이 라운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버바 왓슨이 후반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우스트이젠은 연장전으로 끌려들어 갔다. 왓슨은 연장전 티샷을 숲속으로 보냈는데, 그곳에서 만화의 한 장면 같은 돌려치기로 파세이브를 해 역전승했다.
 
이후 슈렉은 저주에 걸린 것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다. PGA 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0년 디 오픈이 그의 유일한 PGA 투어 우승이다. 특히 메이저대회에서는 역전패를 자주 당했다. 준우승만 6번 했다.
 
지난 5월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는 필 미켈슨에게 패했다. 6월 열린 US오픈에서는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두 개 홀에서 극적인 버디 퍼트를 성공한 존 람에게 졌다.
 
19일(한국시각) 잉글랜드 샌드위치 인근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디 오픈에서도 그랬다. 이번 대회에서 우스트이젠은 첫날 64타, 둘째 날 65타를 치며 대회 36홀 최저타 기록을 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고 최종라운드에선 1타를 잃었다. 우스트이젠은 11언더파 3위로 밀렸고, 콜린 모리카와(미국)가 합계 15언더파로 우승했다.
 
과거 우스트이젠이 역전패를 한 건 대부분 다른 선수가 더 잘 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우스트이젠의 실수가 잦았다. 미국 해설가인 폴 에이징어는 “그의 스윙 리듬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잦은 역전패의 기억에 흔들리는 듯했다. 슈렉은 동화를 매듭짓지 못했다.
 
우스트이젠의 나이는 39세다. 마흔을 앞둔 슈렉이 연인 피오나를 만날 것인가. 미국 골프 채널 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는 “워낙 스윙이 좋아 기회가 오긴 할 것이다. 그걸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우스트이젠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천 번 다시 일어설 것이다’라는 가사가 나오는 팝 음악 ‘Rise up’을 즐겨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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