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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3대 현안 놓고 의견차…서로 공 떠넘기다 끝나

중앙일보 2021.07.20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 기간에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 기간에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 청와대]

내년 대선과 올해 총선거를 앞둔 한국과 일본은 관계 개선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우선시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계기 방일은 결국 무산됐다. 양국 관계 개선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성과 없는 방일 부담
스가, 올림픽 강행 지지율 20%대로
한국에 양보 모습 보이기 쉽지 않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오후 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된 데 대해 “양측 간 협의는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과 미흡’은 정상회담이 열려도 양국 간 갈등 현안에서 진전된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 밖의 제반 상황’은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문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일본에 가지 않기로 한 주된 이유는 ‘성과 없는 방일’에 대한 부담이었던 셈인데, 그 와중에 망언 악재가 터진 것도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일 정서를 무릅쓰고 방일을 강행하려면 갈등 현안에서 그만한 성과가 담보돼야 하는데 여기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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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궁극적인 목표는 관계 복원이었지만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견을 좁히긴 했지만 충분치는 않았다는 취지다.
 
사실 양국은 이번 협의 과정에서 갈등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 ▶과거사 ▶일본의 수출규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3개 현안 중 하나라도 성과를 내야 정상회담을 하는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수출규제의 경우 2019년 11월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협의하자고 합의한 터라 정상급에서는 이보다 진전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에서 한국이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수출규제도 철회하기 어렵다는 쪽이었다. 한국과 반대로 현안을 서로 연계하며 ‘결자해지’하라는 식으로 한국에 공을 넘기는 모양새였다.
 
또 한국은 최고위급 협의가 이뤄지는 만큼 정상 간 ‘통 큰 결단’을 통해 갈등의 매듭을 끊자는 ‘톱다운’ 입장이었던 반면 일본은 실무선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형성한 뒤 정상들이 만나는 게 순서라는 ‘보텀업’ 입장이었다.
 
양국의 국내 정치 변수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에게 반일 정서가 변수였다면 스가 총리는 도쿄 올림픽 강행으로 촉발된 지지율 하락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16일 지지통신 조사에서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29.3%로, 주요 언론사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다. 스가 총리가 대립 현안에서 한국에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는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이 때문에 향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청와대 발표 뒤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또다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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