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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탈탄소 정책, 기업들 숨막힌다

중앙선데이 2021.07.17 00:27 745호 1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뜬구름 잡는 ‘2050 탄소중립’

탈(脫)탄소 바람이 한국 사회 전방위에서 불고 있다. 전형적인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제조기업부터 탄소(온실가스)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지자체까지 온실가스 저감을 외치며 탈탄소 바람에 뛰어들고 있다. ‘지구의 위기’라고 불리는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이다. 정부가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실질적 탄소배출량 제로)이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차질 없이 이행해 탄소중립 추진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온실가스 저감 드라이브
‘탈원전’ 탓 첫 단추부터 어긋나

탄소배출권 거래제 실효성 낮아
현실적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

 
유럽연합(EU)은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국경세’(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물리는 세금)까지 들고 나왔다. 당장 우리 기업은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확 줄이지 못하면 EU로 수출 때 세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업계에 따르면 철강 제품의 경우 2030년이 되면 대EU 수출액의 12.3%를 탄소국경세로 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철강 제품의 대EU 수출액은 15억2300만 달러(약 1조7460억원)였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산업계에선 정책 전반의 준비가 덜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탈원전 정책이 걸림돌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선 청정 전기 확보가 관건인데,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국가 에너지 계획의 중추를 담당하기엔 설익은 기술”이라며 “청정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은 원전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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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시장 기능을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 배출권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다 시장 참여자가 적고, 정부도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서다. 기업의 온실가스 저감을 돕기 위한 제도인데, 되레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결국 탈탄소의 현실적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
 
기업들은 매년 수천억원을 투자해 친환경 설비·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친환경 설비 확충에 5600억원을 썼고, 포스코는 1조8000억원의 대규모 환경 투자를 진행 중이다. 김수이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 주체는 기업이지만 정부도 책임이 없지 않다”며 “일관된 정책 기조와 완성도 높은 계획으로 온실가스를 성공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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