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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거래 시장 자율에 맡기고, 탄소 정책 일관성·신뢰도 높여야

중앙선데이 2021.07.17 00:20 745호 9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뜬구름 잡는 ‘2050 탄소중립’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탄소)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 정부도 2050년 탄소제로(실질적 배출량 제로)를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공장을 돌리지 않으면 온실가스를 확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를 떠안아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 정상화 위한 제언
거래소 통해 사고파는 기업 30곳뿐
기업엔 배출권이 준조세 다름없어
매물 품귀, 가격 급등 바로잡아야

 
그래서 각 나라는, 우리 정부는 점진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 중 하나가 2015년 시작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온실가스를 줄여 나가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거래제의 관리 감독에 손을 놓으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거래제가 기업을 힘들고 어렵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3기 거래제가 본격화한 지금이라도 거래제가 시장 기능을 발휘해 온실가스 저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출권 가격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맞춰 자유롭게 결정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은 확정된 공급량(배출허용총량)에 맞춰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가격이 싸서 대량 구매하고 싶어도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고, 가격이 비싸서 구매를 미루고 싶어도 의무량 만큼은 무조건 구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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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선 배출권 가격이 사실상 ‘분담금’ ‘부담금’과 같은 준조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산업계는 공급량을 결정하는 정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자율적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게 아니다보니, 가격 변동 폭은 1t당 최저 8300원(2015년 1월)에서 최고 4만2500원(2020년 4월)에 이른다. 거래량이 없어도 가격이 오르는 문제 역시 반드시 고쳐야 한다. 매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마지막 매수 호가를 그날 종가로 반영하는 기세가(氣勢價)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날이 자주 있다.
 
이 때문에 거래가 없는 데도 가격이 뛰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장내 거래를 하는 기업이 적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몇몇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거래 없이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래소를 통해 배출권을 사고파는 기업은 30여 곳 밖엔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업을 장내 거래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 현재 유럽의 거래소엔 1만4000개 기업이, 중국엔 2225개 기업이 장내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도 시급하다. 배출권 할당량의 41%(2기 거래제 기준 약 6억8400만t)를 차지하는 발전업계는 한국전력공사으로부터 배출권 구매가격의 약 80%를 지원받고 있다. 2015~2019년 누적 지원금액이 약 8759억원에 이른다. 한전이 구매가격을 지원해주니 발전업계는 배출권 물량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구매에 나선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매물 품귀 현상과 함께 가격이 급등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다른 업종의 기업들은 비싸게 배출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정책의 일관성과 감축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믿음도 산업계에 심어줘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3.4%를 줄이겠다고 하더니, 문재인 정부 들어 갑자기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한다. 조만간 이에 맞춰 중간 목표인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발표될 텐데, 박근혜 정부 때보다 대폭 상향될 게 분명하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만 놓고 보면 2050년 탄소중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청정 전기는 필수인데, 원자력발전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고 한다.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다는 것쯤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한다. 기업 입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말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큰돈을 들여 설비를 바꾸고,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수시로 뒤집히고,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는데 가능하겠는가.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정부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반드시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기업의 경쟁력까지 갉아먹는다면 국민들은 기후위기와는 또 다른 위기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10월 초에 나온다는 NDC를 비롯해 10년, 20년을 내다본 촘촘하고 견고한 정부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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