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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빼고 버거·커피점, 대중에게 백화점 돌려주겠다”

중앙선데이 2021.07.17 00:20 745호 14면 지면보기

김재천 AK플라자 대표

‘리테일 아포칼립스’(소매유통업의 종말).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는 일상이 됐다. 여기에 코로나19는 기름을 부었다. 대면 접촉은 확 줄었고, 쇼핑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새로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고 했을 때 그래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요즘 같은 때 오프라인 매장이 되겠느냐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여의도의 ‘더 현대 서울’은 개장 3개월여 만에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데일리 프리미엄’ 기치로 매장 꾸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삶의 가치 선물

코로나로 유통업 위기 속 매출 늘어
미디어와 결합 쇼핑몰도 오픈 예정

이번엔 AK플라자가 도전에 나선다. AK플라자는 10월 경기도 광명에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 문을 연다. 회사 측은 ‘독특한’ 쇼핑몰이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K-POP 공연장과 유명 인플루언서 관련 상품 매장, 비디오 커머스 스튜디오, E-Sports 게임단, 메가박스 영화관, 미디어 교육 시설 등을 갖춘다. 기존의 백화점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AK플라자 김재천(48) 대표이사는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미디어와 커머스가 결합되는 게 트랜드”라며 “AK플라자 광명점은 미디어 센터와 결합했다는 의미에서 기존에 없던 쇼핑몰”이라고 말했다.
 
AK플라자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김재천 AK플라자 대표가 “백화점은 고객들의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AK플라자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김재천 AK플라자 대표가 “백화점은 고객들의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지난해 12월 임기를 시작한 김 대표는 부임 직후부터 실험에 나섰다. ‘일상 속에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데일리 프리미엄(Daily Premium)’을 기치로 분당점 1층의 절반을 식음료와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꾸몄다.
 
AK&홍대는 서브컬쳐를 테마로 한 다양한 브랜드를 넣었다. 그 결과 AK플라자 분당점 1층 라이프스타일 매출은 39%, AK&홍대 매출은 14.1% 늘었다. 김 대표는 “백화점의 본질을 다시 생각했고, 고객들의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13일 만났다.
 
오프라인 유통 업계가 어려운 시기인데 성과를 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오프라인 유통은 항상 위기였다. AK플라자 분당점만 해도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열자 상권이 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전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온라인 유통 채널로 고객들이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은 확 줄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든다 해도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위기가 유통업계의 뉴노멀(새로운 일상)이 됐다면 적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응 방법은 무엇이었나.
“‘데일리 프리미엄’을 구현하려 했다.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다수의 고객들이 쇼핑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초고가 고급 브랜드 대신 고객들이 좀 더 일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매장을 1층에 배치했다. 예컨데 분당점 1층 구찌 매장이 있던 자리에는 쉐이크쉑이 들어왔고, 페라가모 자리에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입점했다. 버버리 자리에 프리스비 매장이 자리 잡았다.”
 
고급 브랜드를 빼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가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성과를 내려면 다수 고객의 일상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내부 의견이 모였다. 백화점은 소수의 공간이 아니다. 170년 전 프랑스에서 백화점이 처음 탄생했을 때도 그랬다. 소수 귀족을 위한 장인들의 공간이 아니라 신흥 부르주아들에게 정찰제로 판매하는 유통 플랫폼이었다.”
 
AK&홍대는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고급 브랜드를 뺀 것과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데일리 프리미엄’ 철학을 공유한다. AK 브랜드를 믿고 고객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과 협업해서 기내식 체험 공간을 만들기도 했고,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데도 신경을 썼다. 내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영상 캐릭터를 도입하자고 할 때는 부담이 좀 됐다. 그러나 홍대만큼은 그 정도 문화적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룹에도 설명했다. 다행히 성과가 좋았다.”
 
신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나.
“없지는 않았는데, AK플라자는 경쟁업체에 비해 오프라인 매장 수가 많지 않다. 과거엔 이게 약점이겠지만, 온라인 커머스가 활성화된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다. 매장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광명점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자신이 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1층 인테리어는 숲을 탐험하는 콘셉트로 준비하고 있다. 기둥을 나무처럼 꾸미고 고객들은 숲 속에서 식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엑센츄어와 휴먼컨설팅그룹을 거쳐 AK홀딩스 인사팀장, 제주항공 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인사 전문가 답게 “담당 직원의 의견을 전적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라서가 아니라 직원들이 그 일에 가장 적합하고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라서다. 같은 이유로 취임 직후 2007년 삼성플라자 시절부터 쓰던 분당 사무실을 싹 뜯어 고쳤다. 그는 “백화점은 무대이고, 주인공은 우리 직원”이라며 “직원들이 신나게 일해야 관객인 고객들도 흥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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