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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대상 北만수대창작사가 짓나"···베냉 수상한 '30m 동상'

중앙일보 2021.07.14 15:33
지난해 베넹 플러스에 보도된 동상. 베넹에 만들어지고 있던 이 동상은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이라고 당시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베냉플러스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베넹 플러스에 보도된 동상. 베넹에 만들어지고 있던 이 동상은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이라고 당시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베냉플러스홈페이지 캡처]

유엔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위장회사를 내세워 아프리카 서부 베냉에 대형 동상을 제작 중이라고 미국의소리(VOA)가 14일 보도했다. 
 

베냉 동상 만수대창작사 담당
2016년 대북제재 리스트 올라
北동상 압도적 크기 때문 인기

VOA는 최근 입수한 컴퓨터 지원설계(CAD) 파일에 북한이 베냉에 건설하고 있는 동상 관련 자료가 있었다고 전하면서, 사실이라면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립도'라는 이름의 CAD 파일에는 도면 그림 수십장과 함께 시공업체와 발주처 등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었는데, 시공업체를 '청룡국제개발회사'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VOA에 '청룡국제개발회사'는 만수대창작사가 허위로 내세운 업체라며, 실제 동상 제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은 만수대창작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VOA는 지난해 9월 북한의 위장 업체가 베냉 최대 도시 코토누에 여군부대 '다호메이 아마존'의 여군을 주인공으로 하는 30m 높이의 동상을 건설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도면에 적힌 '아마조나스기념비'라는 '과제명'과 해당 동상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도면 속 설계자와 조각가, 건축설계자, 표면설계자, 전기설계자 등을 표시하는 항목에는 'K.C.J', 'R.Y.C'와 같이 한글 이름으로 추정되는 이니셜이 적혀 있었다.
VOA가 입수한 베냉 동상 컵퓨터지원설계(CAD) 파일에는 동상 시공업체를 '청룡국제개발회사'라고 명시한 도면이 담겨 있었다. [VOA 유튜브 캡처]

VOA가 입수한 베냉 동상 컵퓨터지원설계(CAD) 파일에는 동상 시공업체를 '청룡국제개발회사'라고 명시한 도면이 담겨 있었다. [VOA 유튜브 캡처]

북한과 베냉의 관계는 북한 외교가 비동맹권으로 확대됐던 197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이 시기 북한은 비동맹권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아프리카 신생 비동맹국을 중심으로 한국보다 외교적 우위를 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양국은 1973년 2월 외교 관계 수립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상주대사관을 설치했다. 수교와 동시에 경제 및 기술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이래 문화·무역·체신·공보 분야로 협정을 이어가며 관계를 다져왔다.
 
2016년 한국과 미국의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랐던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최고의 미술 분야 집단 창작 단체다.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1957년 11월에 설립되었으며, 예술가 1000여 명이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비롯한 체제 홍보물을 비롯해 수채화·유화·판화·벽화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평양시 평천구역에 위치한 만수대창작사의 모습. [평양=공동취재단]

평양시 평천구역에 위치한 만수대창작사의 모습. [평양=공동취재단]

당초 북한내 통치 체제를 공고히 하는 조직으로 출발했지만 해외에서의 '예술품' 판매로 외화벌이에서도 역할을 했다.
 
만수대창작사의 주요 고객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는데, 남북 간 외교 경쟁이 치열했던 1970년대 아프리카 신생국에 동상을 만들어 선물했던 것과 관계가 있다. 선물했던 각종 조형물이 인기를 끌자 공식 후계자에 오른 김정일은 1980년대 중반부터 외화벌이 수단으로 창작사를 활용했다. 특히 동상 제작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데, 북한 전역에 있는 약 3만 5000개의 김일성 주석 대형 동상을 제작한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수출품은 세네갈 수도 다카르 외곽에 있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다. 2010년에 만들어진 이 청동 조각상의 높이는 약 50m로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보다 크다. 이밖에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동상과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 있는 독립 투쟁 영웅 기념비도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세네갈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의 모습. 높이 50m로 미국 뉴욕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보다 크다. [중앙포토]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세네갈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의 모습. 높이 50m로 미국 뉴욕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보다 크다. [중앙포토]

만수대 창작사가 제재 리스트에 오른 2016년 당시 영국 BBC방송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북한이 제작한 동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압도적인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2321호 결의를 통해 북한 동상의 수출을 금지했고, 2017년 2371호에서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 만수대해외프로젝트그룹(MOP)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같은 해 12월 결의한 2397호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귀환 시점을 2019년 12월로 정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3월 공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각각 주최한 미술 전시회에서 제재대상인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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