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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샤테크' 하러 줄 설 때, 앉아서 30% 버는 그들

중앙일보 2021.07.14 06:00 경제 3면 지면보기
직장인 박모(35)씨는 지난 1월 난생처음 펀드에 300만원을 투자했다. 그의 선택은 특이하게도 세계적인 명품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른바 '오픈런'을 위해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 수십 명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본 게 계기였다. 
 
A사의 명품 가방을 사고 싶었지만, 월급(약 320만원)을 뛰어넘는 금액대라 마음을 접었던 경험도 작용했다. 다행히 지난 6개월간 그가 투자한 펀드 수익률은 14%대다. 그는 "투자금과 수익금으로 명품백 하나 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5월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LVMH 주가 30%, 럭셔리 펀드 20% 쑥

명품이 잘 팔린다고 명품업체 실적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기업 주가는 물론 이들 업종에 투자한 펀드 수익률도 고공 행진한다. 이른바 '럭셔리(Luxury·사치품) 주'와 '럭셔리 펀드'다.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 12일(현지시간)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LVMH)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54% 오른 666유로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이 30.4%에 달했다. LVMH는 루이비통·불가리·펜디 등 7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업체다. 
 
잘나가는 건 LVMH만이 아니다. 까르띠에·몽블랑·피아제 등을 소유한 리치몬트(Richemont) 주가는 올해 40.3% 뛰었다. 구찌·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Kering) 그룹과 유명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Estee Lauder)도 같은 기간 각각 23.7%, 20.4% 상승했다.  
 
럭셔리 펀드도 대박을 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기준 'HANARO 글로벌럭셔리S&P' 상장지수펀드(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10.1%)와 해외 주식형 펀드(9.7%) 수익률을 웃도는 성적이다. 
 
이 ETF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글로벌 럭셔리 지수를 추종한다. LVMH(비중 8.6%), 케링(6.7%), 리치몬트(6.5%), 에스티로더(5.5%), 에르메스(5.3%) 같은 명품 기업에 투자한다. '한국투자글로벌브랜드파워'와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는 각각 18.7%, 11.7%의 수익을 거뒀다.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보복 소비' 폭발…자산가격 상승도 한몫

럭셔리주와 펀드가 잘 나가는 이유는 명품 기업의 실적 급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LVMH와 에르메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8.4% 늘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소비 욕구가 '보복 소비' 형태로 터져 나온 덕분이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명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 확산도 한몫했다.  
 
특히 중국이 명품 시장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명품 매출 비중은 2019년 3위에서 지난해 2위로 올라섰다. 1년 전보다 30%가량 많은 380억 달러(약 42조원)를 명품 구매에 쓰면서다. 같은 기간 한국도 8위에서 7위로 올랐다. 반면 미국과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매출이 20% 넘게 줄었다.  
럭셔리 펀드 수익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럭셔리 펀드 수익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펀드 등 간접 투자가 대안"

전문가들 사이에선 럭셔리주와 펀드 전망이 밝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명품 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세계 명품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1조 유로(약 1350조원)에서 내년에 1조3000억 유로(176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전략팀장은 "대부분의 명품 기업이 유럽 증시에 상장돼 있어 직접 투자하려면 환율 등 신경 쓸 게 많다"며 "ETF나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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