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지사지(歷知思志)] 코리올라누스

중앙일보 2021.07.14 00:32 종합 31면 지면보기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기원전 5세기 로마 공화정의 장군 가이우스 마르티우스는 라이벌 볼스키족의 도시 코리올리를 공략하는 전공을 세웠다. ‘코리올라누스’라는 칭호를 얻은 그는 민중의 지지를 얻으며 최고 관직인 집정관에도 오르게 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집정관에 즉위하기 직전 정적들의 모략으로 반역자로 내몰리게 되면서 로마에서 추방됐다. 하루아침에 영웅에서 역적 취급을 받게 된 그는 한때 정적이었던 볼스키족에 투항했다. 그리고 볼스키족의 군대를 이끌고 로마 공략에 나선다.
 
역지사지 7/14

역지사지 7/14

LG아트센터에서 상영 중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비극 ‘코리올라누스’의 줄거리다. 셰익스피어가 로마를 다룬 작품들은 정치성이 강해 당대 정치현실과 맞춰져 해석되곤 했다. ‘코리올라누스’도 최근 한국 정치 현실에 비춰보면 자연스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상된다. 한때 화려한 ‘전공’으로 여권의 ‘영웅’이 됐던 그는 이제 ‘역적’ 취급을 받고 있다. 칼끝을 거꾸로 향한 그는 정권 교체를 내걸고 과거 갈등 관계였던 야권과도 손을 잡으려는 참이다.
 
볼스키 군대를 이끌고 국경을 휘젓던 코리올라누스는 로마를 목전에 두고 멈췄다. ‘로마를 구해달라’는 어머니와 아내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들의 호소에 결심이 무너진 코리올라누스는 진격을 멈추고 평화조약을 맺고 돌아갔다. 대신 볼스키족에게 보복을 당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윤 전 총장은 장모의 재판과 아내가 논문 표절 혐의 등이 변수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은 이를 넘어서 계속 진격할 수 있을까.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