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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월 91만원 챙긴 ‘전북판 구하라’ 친모…연금 박탈될까

중앙일보 2021.07.14 00:02 19면
순직한 강한얼 소방관의 언니 강화현씨가 지난 해 8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종언 변호사, 고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 강화현씨, 서영교 의원. [연합뉴스]

순직한 강한얼 소방관의 언니 강화현씨가 지난 해 8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종언 변호사, 고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 강화현씨, 서영교 의원. [연합뉴스]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1억원 가까운 유족급여를 타간 생모에 대해 친부와 언니가 최근 공무원연금공단에 ‘재해유족 급여 제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가 유족급여와 연금 등을 가져가는 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 구하라법’ 시행된 첫날
친부·언니, 유족급여 제한 신청서
“연금 중단 때까지 이의 제기할 것”
모, 부에 양육비 7700만원 지급 판결

13일 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2019년 순직한 고(故) 강한얼(사망 당시 32세) 소방관의 친부(64)와 언니 강화현(38)씨는 지난달 23일 공단에 ‘재해유족 급여 제한 신청서’를 냈다. “친모는 강 소방관 자매가 각각 생후 20개월, 56개월일 때 이혼한 후 성년이 될 때까지 두 딸을 양육한 사실이 없어 매달 나오는 순직유족연금의 지급을 중단해 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딸과 인연을 끊고 살던 친모(66)는 2019년 1월 강 소방관 순직 후 유족보상금과 퇴직금 등으로 친부와 비슷한 금액인 8000만원가량을 받았다. 월 91만원의 유족연금도 본인 사망 때까지 받도록 돼 있다. 지난해 5월 31일 중앙일보 보도(‘소방관 딸 순직하자···32년 만에 나타난 생모는 1억 타갔다’)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북판 구하라 사건’이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강씨 부녀가 신청서를 낸 지난달 23일은 이른바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재해보상법·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시행령이 시행된 첫날이었다. 개정안은 강 소방관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으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구 갑)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녀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유족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 제한 신청을 하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제한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회는 동거 기간과 경제적 지원 여부, 범죄행위, 학대 등 보호의무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육 책임을 다했는지를 판단한다.
 
앞서 친부 측은 지난해 1월 “작은딸의 장례식조차 오지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친모를 상대로 두 딸의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983년 1월 결혼한 이들 부부는 1988년 3월 협의 이혼했다. 당시 각각 5살, 2살이던 두 딸은 친부가 배추·수박 장사 등 30년 넘게 노점상을 하며 키웠다.
 
법원은 친부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같은 해 6월 “부모의 자녀 양육 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며 친모는 친부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친모 측은 재판 후 항소를 포기하고 양육비 4000만원을 먼저 지급한 뒤 나머지 3700만원은 5년에 걸쳐 월 61만원씩 입금하기로 합의했다.
 
강씨 부녀는 친모의 양육비 책임과 별도로 유족급여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니 강화현씨는 공단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자식을 지갑으로 보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도 반성은커녕 본인 권리인 양 주장하는 생모로부터 진정한 유족의 의미를 부여해 심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친모는 지난 9일 큰딸의 회사에 찾아 와 “유족연금은 포기할 테니 매달 61만원씩 보내는 양육비는 받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했지만, 강씨는 거절했다고 한다. 강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청서를 보내기 전 공단 담당 직원에게 순직유족연금의 1%라도 친모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심사 결과가 나오면 계속해서 이의 신청을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저희 권리이기도 하지만, 나중에 다른 유족이 재해유족 급여 제한 신청을 할 때 심사위원들이 저희 사례를 기준으로 판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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