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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정수장에 군부대까지 받으라고? 뿔난 울주 양동마을

중앙일보 2021.07.14 00:02 19면
양동마을 주민들이 지난 5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백경서 기자

양동마을 주민들이 지난 5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백경서 기자

“35년 전 마을에 회야댐이 생긴 뒤 고속도로·국도·철길까지 뚫리면서 마을이 다섯 조각 났습니다. 이제 군부대까지 온다니 소음 등 각종 피해로 주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요.”
 

주민들 “울산시 도시계획으로 피해
대책 마련, 생활 터전만은 지켜달라”
고속도·철길 놓여 마을 다섯토막
35년 전 지어진 댐으로 침수 피해도

울산 남구 옥동 군부대의 이전 예정지인 울주군 청량읍 양동마을의 김기웅 이장이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 이장은 “그동안 울산시의 도로 건설 등 도시계획으로 마을이 산산조각이 날 때도 주민들이 묵묵히 견뎌왔는데 더는 못 참겠다”며 “다들 분노를 넘어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울산시와 국방부는 현재 옥동 군부대를 울주군 청량읍 양동마을 일대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 옥동 군부대 면적은 10만5263㎡, 이전을 추진하는 청량읍 부지는 16만3000㎡에 달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양동마을에 또 희생을 요구하지 말아 달라”며 군부대 이전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양동마을의 수난은 1986년 마을에 울산 시민의 식수원인 회야댐과 회야정수장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댐이 생기자 장마나 태풍 때마다 집과 논밭이 침수됐다. 2016년 태풍 ‘차바’때 불어난 강물에 주민을 구하러 간 소방관이 물살에 휩쓸려 순직한 곳도 바로 양동마을이다.
 
한 마을 주민은 “태풍 차바 때 소 농장이 침수돼 15여 마리의 소가 뒷산으로 도망가서 찾으러 다니느라 진을 뺀 이후로 소를 키우지 않는다”며 “이제 군부대까지 이전하면 소음에 고통받아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양동마을 중간에 자리 잡은 정수장에서 나오는 악취도 견디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또 2008년 개통된 부산-울산 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14호 국도, 철도 기지청, 왕복 복선화 전철, 울산신항으로 들어가는 철길 등은 마을을 다섯 등분했다. 마을이 나뉘며 이동 시간이 늘어나고 주민들 사이에 소통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2014년 들어선 예비군 훈련장 또한 소음의 원인이라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주민들은 지난 5일 군부대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이주를 통한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김 이장은 “차라리 양동마을 회관을 중심으로 반경 2㎞의 그린벨트를 풀어서 주민들이 이주해 거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우리는 그저 생활 터전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 안되면 마을 66가구 전체를 군부대 이전지역으로 편입시켜서 이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주는 불가능하고 대신 마을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7일 이와 관련한 주민설명회가 열렸지만, 양동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이장은 “주민의 요구 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설명회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옥동 군부대는 울산의 도심에 있어 주민들이 계속해서 이전을 요구해온 울산시의 숙원사업이다. 국방부 또한 군부대가 도심에 있어 보안에 취약하고 국가공단이나 해안 방위 임무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해 이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와 국방부는 2018년 공동협의체를 구성했고, 올해 4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군사시설을 이전하기로 했다. 병영생활관 등 31개 시설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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