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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시대 성큼 한국 미술시장, 해외 갤러리 몰려온다

중앙일보 2021.07.14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내년 9월 서울에서 열리는 프리즈 아트페어. [사진 프리즈]

내년 9월 서울에서 열리는 프리즈 아트페어. [사진 프리즈]

1438억원. 올해 상반기 미술 경매 총매출액이다. 1998년 서울옥션 출범으로 국내 미술 경매가 본격화한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다.
 

경매 등 매출 2년새 2.5배 증가 전망
다국적 갤러리들 잇단 지점 개설
“국내 작가에 기회” “시장 내줄수도”
미술계 내부선 기대·우려 교차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최근 집계한 국내 경매사 8곳의 경매 결과에 따르면 올해  1~6월 미술 경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490억원의 3배. 반년치 거래만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액 1153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 경매 시장 매출 규모만 3000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아트페어, 갤러리 거래도 달아올랐다. 지난 5월 아트부산 한곳 매출만도 350억원이었다. 화랑가에선 “전시 소식만 들리면 작품 도착 전에 컬렉터들이 줄을 선다”는 얘기도 나온다. 해외 갤러리 서울지점에선 10억 원 가까운 작품들도 팔려 나간다.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가 발표한 ‘2020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4000억원대 초반. 2017년 4942억원이었다가 2018년 4482억원, 2019년 4147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올해 추세라면 1조원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9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전시장. 내년부터 프리즈 아트페어와 동시에 개최된다. [사진 한국화랑협회]

지난 2019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전시장. 내년부터 프리즈 아트페어와 동시에 개최된다. [사진 한국화랑협회]

올 거래 정점은,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로 오는 10월 15~17일 서울에서 열리는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찍을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9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와의 공동 개최도 앞두고 있다. 프리즈는 아트바젤·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미술 장터로 꼽힌다. 해외 유명 갤러리 170여 개가 참여한다. 프리즈, 키아프가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하면서 서울이 글로벌 아트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키아프에는 참가 신청한 280여 개 갤러리 가운데 170여 개만 선정됐다. 나머지는 한국화랑협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초유의 ‘탈락 사태’다. 협회 측은 “참가를 희망한 갤러리가 예년보다 30% 늘었고, 대형부스 신청도 50% 이상 늘었다. 내년 큰 시장을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5월 기존 전시장의 4배 규모의 공간으로 이전한 서울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 [사진 페이스갤러리]

지난 5월 기존 전시장의 4배 규모의 공간으로 이전한 서울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 [사진 페이스갤러리]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키아프는 지난 20년 동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했다”면서 “막강한 해외 갤러리 군단을 끌고 오는 프리즈와의 공동 개최를 염두에 두고 올해 참가 기준을 강화했다”고 했다. “지금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한국 미술 시장을 해외 갤러리에 다 내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황 회장은 “새로운 작가 발굴, 기성 작가 신작 발표라는 아트페어 본연의 기능에 맞춰 선정했다. 키아프가 국제수준 아트페어가 되도록 체질을 다지겠다”고 했다.
 
10일 페이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막한 미국 조각가 조엘 사피로의 작품. [사진 페이스갤러리]

10일 페이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막한 미국 조각가 조엘 사피로의 작품. [사진 페이스갤러리]

해외 갤러리들의 서울 공략도 거세다. 다국적 갤러리인 페이스 갤러리 서울지점은 지난 5월 한남동 리움미술관 인근 건물로 확장·이전했다. 총면적 793㎡(240여 평)에 천장 높이 3m인 새 전시장에서 89세 미국 흑인 작가 샘 길리엄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열었는데, 한 점당 약 5~10억원 하는 작품이 개막과 동시에 모두 판매됐다.
 
서울 청담동 쾨닉 갤러리 옥상 전시장. [뉴시스]

서울 청담동 쾨닉 갤러리 옥상 전시장. [뉴시스]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도 10월 한남동에 지점을 연다. 타데우스 로팍의 아시아 첫 진출이다. 앞서 독일의 쾨닉 갤러리는 지난 4월 서울 청담동 MCM 하우스의 5층과 옥상에 지점을 열고 소속 작가 20여명의 작품 40여 점을 전시했다.
 
지난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서울이 홍콩을 대신해 아시아의 ‘아트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압박 등 정치 상황으로 홍콩 미술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것. 아트·디자인 매체 월페이퍼도 11일 “세계적 갤러리들이 서울로 몰려든다. 서울이 아시아의 새 미술 수도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영주 페이스 갤러리 디렉터는 “급속히 커가는 한국 미술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아직 서울을 홍콩과 비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아트바젤과 후원사 UBS는 아트마켓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 미술시장 매출은 10조3000억원, 고미술 시장까지 합치면 30조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4000억원 규모의 한국 시장과 당장 비교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미술 시장은 금융 시장과 함께 큰다”며 “아시아 아트 허브가 될 가능성은 아직은 ‘희망’ 단계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프리즈가 과감하게 서울을 택한 이유는 그 잠재력 때문”이라며 “한국 화랑들이 긴장하고 글로벌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아트페어의 활성화, 프리즈와 해외 갤러리들의 서울 진출은 한국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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