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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원화값 달러당 1200원"…코로나만큼 무서운 '테이퍼링'

중앙일보 2021.07.12 18:07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2.1원 오른 달러당 1,1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2.1원 오른 달러당 1,1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되살아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원화 값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1150원 턱밑까지 내려왔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1원 오른 1147.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3거래일 연속 1140원대에 아슬아슬하게 머물고 있다. 지난 9일에는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장중 달러당 11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종가기준으로 달러당 1150원선 아래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환율의 향방을 가를 하반기 최대 변수는 델타 변이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슈다. 

 

‘팬데믹 트라우마’ VS ‘중국 물타기’ 줄다리기

넉달만에 1140원대로 하락한 원화 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넉달만에 1140원대로 하락한 원화 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원화 가치를 끌어내릴 첫 번째 복병은 ‘팬데믹(대유행) 트라우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환자가 엿새 연속 1000명대를 넘었다. 감염병 확산의 공포가 커지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 속 달러 강세로 환율은 오른다(원화가치 하락).  
 
물론 코로나19의 학습 효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장기화로 N차 유행이 반복된 데다 백신 개발 성공으로 환율 민감도는 1년 전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1차 유행(2월17일~3월19일) 때 원화가치가 약 102원 떨어졌지만, 지난해 12월 3차 유행(12월 7~25일) 때는 21원 하락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유동성 공급도 위축된 투자 심리를 완화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15개월 만의 인하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쌓아둬야 하는 비율로 이를 낮추면 시장에 풀리는 돈이 늘어나게 된다. 지준율 인하로 시장에 공급될 자금 규모는 1조 위안(약 177조원)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돈줄을 풀자 증시는 반색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9% 오른 3246.47에 거래를 마감했다. 4거래일 만에 반등이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2.25%)와 홍콩 항셍지수(0.62%) 등 아시아 주요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美 주택값 버블 재현”…긴축 빨라지며, 강달러될 듯  

하지만 환율의 방향을 가를 또 다른 변수인 테이퍼링 이슈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에 긴축 타이밍을 재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은 언제든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 
 
미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국내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1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주목하는 이유다. 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 Fed의 긴축 시간표가 조금 당겨질 수 있어서다.   
 
테이퍼링 이슈로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증권가의 보고서가 이어지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달러 강세로 인해 원화 값이 달러당 1150원을 뚫고 1175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의 박희찬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상승이 빠르게 안정되기 어렵고, 집값 급등으로 주택시장 거품 현상이 재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급하게 긴축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원화 값이 달러당 1200원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테이퍼링은 시간의 문제일 뿐 조만간 시작되고 결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2014년 테이퍼링 신호가 켜졌을 때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듯이 4분기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뛰고, 강달러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오름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 우려는 국제금융시장에 이미 선반영된 만큼 달러 가치의 급작스러운 상승세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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